현대오일뱅크 지분 인수전(戰)이 국내 정유업계의 최대 이슈로 떠오른 가운데 지분 인수 기업을 결정할 변수들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업계는 이번 지분 인수전의 3대 변수로 △유종(油種)별 독과점 규제 △에쓰오일의 투자계획 변동 여부 △현대중공업의 인수 의지 등을 꼽고 있다.

오일뱅크 인수전 방정식 해법은…
▶한경 6월11일자 A1면 참조

업계 관계자는 "현대오일뱅크 최대주주인 IPIC(아랍에미리트의 국제석유투자회사)가 매각키로 한 지분 35%의 인수 가격(7000억원 안팎 추산) 외에 이들 3대 변수가 어떻게 작용하느냐에 따라 현대오일뱅크의 주인이 뒤바뀔 수 있다"고 내다봤다.


◆유종별 독과점 규제 적용


김재중 공정거래위원회 기업결합팀장은 최근 한국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현대오일뱅크 지분 인수 후) 기업결합심사 요청이 오면 전체 시장점유율이 아닌,유종별 점유율을 따져 독과점 여부를 판단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SK㈜는 이미 독과점에 가까운 사업자 지위를 갖고 있기 때문에 현대오일뱅크 지분 인수 의지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문제는 GS칼텍스가 현대오일뱅크의 지분을 인수할 경우이며,특정 유종에서 50%가 넘는 부문은 심사 대상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인수 후 문제가 되는 유종에 대해서는 해당 공장 설비를 매각하는 등의 단서를 붙여야만 지분 인수 허용이 가능할 것"이라는 의견도 덧붙였다.

실제로 GS칼텍스가 현대오일뱅크 지분 인수를 적극적으로 추진할 경우 사정은 복잡해진다.

GS칼텍스(시장점유율 30%)가 현대오일뱅크(시장점유율 13.6%)의 지분을 인수하면 사실상 국내 최대 정유사로 올라선다.

문제는 인수 후 휘발유(47.2%)와 등유(47.2) 부문은 상관이 없지만 경유(51%) 부문은 독과점 규제의 대상이 된다는 점이다.

따라서 GS칼텍스가 현대오일뱅크 지분을 인수하더라도 경유와 관련된 설비를 매각하거나,가동률을 조정해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된다.


◆에쓰오일에 달렸다?


하루 정제능력이 58만배럴인 에쓰오일이 48만배럴 규모의 대산공장을 건설하면 총 106만배럴 체제를 갖춰,GS칼텍스(72만배럴)를 제치고 국내 2위 정유사로 부상하게 된다.

GS칼텍스 입장에서는 국내 정유업계 순위 및 판도가 변하기 때문에 현대오일뱅크 지분 인수에 적극 나설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게 업계의 전망이다.

이와 관련,GS칼텍스는 현대오일뱅크 지분 인수를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런데 에쓰오일이 최근 3조6000억원을 투자해 대산공장을 건설하려던 투자계획을 무기한 연기하면서 사정이 달라졌다.

에쓰오일이 투자계획을 무기 연기하거나 백지화한다면 GS칼텍스의 입장에서는 무리해서 현대오일뱅크 지분을 인수해야 할 필요성이 없어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GS칼텍스가 향후 에쓰오일의 투자계획을 지켜본 후,현대오일뱅크 지분 인수를 검토할 것이라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현대重 인수 의지가 관건


IPIC가 현대오일뱅크의 2대 주주(19.8%)인 현대중공업에 지분 인수 의사를 타진한 것으로 확인되면서,현대중공업의 지분 인수 의지에 따라 인수전 판세가 바뀌게 될 공산이 커졌다.

특히 범(汎) 현대가(家)가 IPIC에 현대오일뱅크 지분을 매각할 당시 지분 우선 매수권과 관련한 협약을 맺은 것으로 알려져 현대중공업이 인수 의지만 있다면 최대 주주 등극이 어렵지 않다는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중공업은 현대오일뱅크 지분 우선 매수권뿐 아니라,공정위의 독과점 규제에서 자유롭다는 강점을 갖고 있다"면서 "결국 현대중공업은 향후 예정된 현대건설 인수전을 모두 검토해 조율한 후,현대오일뱅크 지분 인수 여부를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장창민 기자 cm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