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JTB를 통한 롯데그룹의 여행사업 본격화를 놓고 여행업계가 시끄럽다.

롯데그룹의 온라인 유통업체인 롯데닷컴은 일본 최대 여행사 JTB와 합작해 롯데JTB를 설립하고 7월부터 본격 영업에 돌입한다.

한국관광협회중앙회를 중심으로 한 여행업계는 대기업 그룹의 여행사업으로 생계형 중소여행사의 줄도산이 우려된다며 반발하고 있다.

신중목 한국관광협회중앙회 회장을 만나 얘기를 들어봤다.


-롯데JTB 설립에 편법이나 불법이 동원됐나.

"합법이다."


-그렇다면 기존 여행사들의 시위가 의아할 수밖에 없다.

"재벌이 시장을 다 먹겠다는 게 문제다.

재벌이 해야 할 일이 있고 해서는 안 될 일이 있다.

법이 허용한다고 다 차지할 수는 없는 일이지 않는가.

재벌이라면 투자 규모가 너무 커 일반인(기업)이 할 수 없는 부문에서 역할을 해줘야 한다.

롯데라는 거대 재벌이 그리 큰 투자가 필요없는 여행사업에 개입한다는 데에 도덕적으로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기존 여행사 중에서도 하나투어같이 큰 업체가 있지 않은가.

"상장한 여행사들도 많다.

그러나 이들 여행사가 컸다고 해도 아직은 정착이 되지 않았다고 본다.

상장됐다고는 하지만 큰 바람이 한번 몰아치면 넘어질 수 있을 정도로 약하다는 생각이다.

그리고 이들 여행사와 롯데그룹은 그 뿌리가 다르다.

이들이 목숨을 걸고 밑바닥부터 일군 시장은 보호해줘야 한다.

돈이 있다고 해서 중소기업 영역까지 침범하는 것은 반칙이다."


-일본 JTB와의 합작이란 점에서도 말이 많다.

"롯데그룹 차원에서 여행시장에 뛰어드는 것도 안 된다고 생각하는데 여기에 일본 최대 여행사인 JTB를 불러들였다는 것은 더 말이 안 된다.

세계적인 네트워크와 자금력을 갖게 되는 롯데JTB가 막강파워로 시장을 유린할 수 있다.

장거리 노선의 경우 일본 국적기의 남아도는 좌석을 이용해 엄청난 할인 공세를 했을 때 국내 영세 여행사는 타격을 볼 수밖에 없다.

우리 국적기의 피해도 예상된다."


-어느 정도의 피해를 예상하나.

"1만5000여개의 여행사가 있다.

60%는 연명하고 나머지 40% 정도는 도태되지 않겠나.

롯데JTB는 2011년 120만명의 아웃바운드(내국인의 해외여행) 목표를 갖고 있다.

지금의 내국인 해외 패키지 여행객의 3분의 1 규모에 해당하는 것으로 패키지 시장을 싹쓸이하겠다는 뜻이다.

결국 중소 여행사는 줄도산에 처해 심각한 실업문제도 대두될 것이다."


-롯데그룹과 JTB의 공신력이란 점에서 보면 여행소비자는 이익을 볼 수 있지 않을까.

"여행소비자 측면에서는 좋은 점도 있겠다.

소비자로서는 싸고 좋은 상품을 찾는 게 당연하다.

그러나 국내 여행업계가 붕괴되면 또다른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

강자의 덤핑으로 시장질서가 흐트러지면 양질의 서비스도 기대할 수 없다."


-롯데JTB가 인바운드(외국인의 국내여행)도 늘린다면 관광수지에 도움이 될텐데.

"인바운드를 크게 한다면 반대할 명분이 없다.

그러나 아웃바운드 목표만 내놨지 인바운드 목표는 일언반구도 없다.

어차피 JTB를 통한 인바운드 활성화는 기대할 수도 없다.

JTB가 비슷한 형태로 진출한 대만의 경우 인바운드를 해본 일이 없다.

인바운드를 늘린다는 것은 거짓말이다."


-현재 JTB에서 일본 여행객을 보내고 있지 않은가.

"JTB를 통해서 들어오는 일본 패키지 관광객은 30만명 정도다.

룩(LOOK)브랜드 상품이 있는데 저가 상품이다.

한국에서 핸들링하는 업체에 지상비를 안 준다고 한다.

그러니 쇼핑 바가지 씌우고 옵션 치고,한국 이미지만 나빠질 수밖에 없다."


-기존 여행사의 인력 빼내기도 시작됐나.

"고급 인력을 영입한다는 소리를 들었다.

경쟁업체의 조직과 노하우를 앉아서 돈으로 챙기겠다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


-롯데JTB 출범 포기가 아닌 유보를 요구하는 이유는.

"최소 5년만 기다려 달라는 뜻이다.

국내 여행업체들이 조금 더 경쟁력을 쌓을 때까지만 기다려 달라는 것이다.

신격호 롯데그룹 회장께 서신도 보냈다.

신 회장은 맨손으로 대기업 그룹을 일으킨 영웅이라고 생각한다.

아직은 묵묵부답이지만 영세기업의 읍소를 간과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끝까지 소탐대실의 우를 범한다면 롯데 측의 관광 인프라를 이용치 않고 롯데상품 불매운동을 벌이는 등의 조직적인 저항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김재일 기자 kj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