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쓰오일이 충남 대산에 건설키로 한 '제2 정유공장' 투자계획을 전격 연기했다. 에쓰오일은 최근 기자재 값 상승으로 투자비용이 당초 예상보다 크게 늘어난 데다 공장부지 인근 주민들의 과도한 보상 요구로 착공시기가 지연되면서 투자계획을 재검토해왔다.

▶한경 5월11일자 A1면 참조

국내 정유업계는 에쓰오일의 이번 대산공장 건설 연기를 사실상의 투자계획 '보류'나 '백지화'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에쓰오일은 12일 긴급 이사회를 열고 대산공장 투자계획을 연기하기로 결정했다. 에쓰오일은 당초 3조6000억원을 투입해 2010년 완공을 목표로 다음 달 착공에 들어갈 예정이었다.

에쓰오일 측은 "부지취득 문제로 프로젝트가 지연되는 동안 건설ㆍ엔지니어링 시장 경기 과열로 인해 투자 소요액이 크게 증가,프로젝트의 경제성이 한계 수준으로 낮아졌다"며 "필요 부지를 적정한 가격으로 확보하고 건설 및 자재에 대한 수요 급증 상황이 해소될 때까지 프로젝트를 연기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에쓰오일이 대산공장 투자계획을 연기한 가장 큰 이유는 당초 예상했던 3조6000억원보다 2배 가량 늘어난 투자비용(6조~7조원 추산) 때문이란 게 업계의 공통된 분석이다. 특히 정신적 피해 보상금 등 과도한 보상 요구를 해 온 인근 주민들로 인해 프로젝트 추진 시기가 늦춰진 탓도 투자계획 보류의 주요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투자 일정이 꼬이면서 세계 시황에 맞춰놓은 수급 계획에 차질이 빚어져 투자 시기를 놓쳤다는 것이다.

에쓰오일의 이번 대산공장 건설 무기한 연기를 두고 국내 정유업계는 "사실상 투자계획이 보류되거나,전면 백지화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실제로 에쓰오일은 최근 자사주 매각대금 2조1580억원 가운데 1조원을 은행권에 정기예금으로 예치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분간 대규모 투자계획이 없음을 의미하는 대목이다.

이에 따라 에쓰오일의 대주주인 아람코 측이 중국을 포함한 국내외의 다른 지역에 신규 투자를 계획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아람코 측이 중국과 일본 등의 수요를 겨냥해 대산공장 건설을 추진해왔지만,중국 시장 상황이 바뀌면서 투자계획 자체를 수정했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한편 에쓰오일은 이날 이사회에서 2009년까지 1780억원을 투자해 하루 9200배럴 생산 규모의 고옥탄 휘발유 배합체(알킬레이트) 공장을 건설키로 했다.

장창민 기자 cm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