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몰리브덴 인듐 등 희귀 금속(rare metal) 확보에 발벗고 나섰다.

일본 정부는 디지털 가전 및 철강 등의 생산에 필수적인 희귀 금속이 안정적으로 공급될 수 있도록 국가 비축 대상 품목을 7개에서 대폭 확대하고 비축량도 늘리기로 했다.

또 중장기적으로는 희귀 금속을 대체할 수 있는 신소재를 개발하고 새로운 수입처를 확보하는 내용의 종합대책을 만들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이 12일 보도했다.

희귀 금속은 하이테크 제품 생산에 필수적인 31종류의 금속을 말한다. 특수강용 첨가제 및 초경 공구 외에 하이브리드차 및 연료전지,LCD 패널 등 일본 기업들이 경쟁력을 가진 산업에서 사용량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

예를 들어 백금(Pt)은 자동차용 배기가스 정화 촉매제로 쓰이고,망간(Mn)은 철강을 생산할 때 탈산화제로 사용된다.

인듐은 LCD 제조에,몰리브덴은 합금이나 필라멘트에 쓰인다.

일본 정부가 만든 종합계획에 따르면 희귀 금속 공급 루트를 확대하기 위해 독립 행정법인인 석유천연가스·금속광물자원기구가 자원 국가에서 조사 사업에 본격 나서고,정부개발원조(ODA)를 활용한 광산 개발도 추진할 방침이다.

민간 기업이 해외에서 희귀 금속 개발에 적극 나서도록 유도하기 위해 국제협력은행 등 정부계 금융기관이 자금을 지원키로 했다.

국내 제조 공정에서 나오는 희귀 금속 쓰레기를 모아 재활용하는 방안도 포함돼 있다.

일본 정부는 희귀 금속 확보를 민간 기업에 맡겨왔으나 최근 세계 각지에서 자원 민족주의가 강해지면서 자원 확보전이 치열해지고 가격이 급등하자 정부가 직접 나서게 됐다고 이 신문은 지적했다.

지난 5년간 인듐 가격은 8.5배,몰리브덴은 6배,텅스텐은 4.7배가량 올라 사상 최고 수준을 보이고 있다.

희귀 자원은 지구상 몇몇 국가에서만 소량 생산될 정도로 지역적 편중이 심하기 때문이다.

특히 불과 몇 십년 전까지만 해도 희귀 금속의 용도는 한정돼 있었으나 중국 인도 등의 공업화 영향으로 수요가 늘면서 세계적으로 품귀 현상이 심해진 것도 가격 상승을 부채질하고 있다.

중국은 최근 선진국에 수출하던 희귀 금속의 상당량을 내수용으로 돌렸다.

현재 중국은 세계 텅스텐 생산량의 90%를 차지하고 있으며 백금은 남아프리카공화국이 80% 이상을 생산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후반 중국이 희귀 금속의 수출 허가 대상 품목을 확대하고 수출세를 인상하는 등 주요 생산국에서 자원 민족주의가 강해져 원자재 확보난이 점점 심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일본 정부가 희귀 금속 확보전에 뛰어든 데는 중국 정부 조치가 큰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최인한 기자 janu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