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학교는 현재 3학년 위주로 논술 수업을 하고 있습니다. 1학년은 독서 토론 수업을 하고 2학년은 학생 자율로 논술동아리를 운영하고 있어요."

"동아리요? 어떻게 운영하죠?"

"학생들이 자체적으로 동아리를 만들어 활동하고 일주일에 한 번씩 교사가 지도해 주는 겁니다."

지난 9일 저녁 경기도 화성의 한 연수원. 한국경제신문과 전국경제인연합회가 공동 개최한 제2회 교사 논술 연수에 참가한 전국의 200명 교사들이 '조별 토론' 시간에 열띤 토론을 벌이고 있다.

"우리 학교는 모든 교사들이 1년에 한 개씩 모두 80개 논술 문항을 만들어 수업에 활용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학기 중엔 선발된 학생들만 하고 방학이 되면 모든 학생을 대상으로 논술 수업을 해요.

항상 모든 학생들을 대상으로 수업하지는 못해요."

토론은 끝 없이 이어졌다.

대회를 주관한 경제교육연구소 측은 "불과 1년 만에 교사들이 굉장한 자신감을 보이고 있는 것에 놀랐다"며 "방향을 잃고 헤매던 논술 교육 방법론이 이제 자리를 잡는 양상"이라고 평가했다.

교사들은 이날 새벽까지 토론한 내용을 10일 오전 조별로 발표하고 최우수팀을 선정했다. 최우수팀에 속한 30명은 전경련이 실시하는 중국 산업시찰에도 참가할 계획이다.

논술 연수에 참가한 교사들은 이에 앞서 금요일 오후부터 모두 9개 주제의 강의를 소화해냈다. 서울대 박효종 이승훈,서강대 김홍균,성균관대 박정하 교수와 한국경제신문의 정규재 경제교육연구소장이 각 분야 주제를 맡았다.

또 S·논술학원의 남태균 원장이 학원 논술 교육에 대해,서울 동북고 권영부 교사와 우신고 임영환 교사는 학교 논술 교육에 대해 강의했다.

서울대 박효종 교수는 '풍부한 논술 -사회과학 분야 중심으로'라는 주제의 강의에서 사회과학 분야의 논술은 쟁점이 되는 주제가 출제되므로 현상을 쟁점으로 보는 안목을 가져야 한다고 말문을 열었다. 박 교수는 라퐁테느의 우화 '이리와 개'를 소개하면서 자유와 복지의 개념을 비교 설명했다. 박 교수는 논술 답안을 보면 복지에 대해서는 아무런 비판도 하지 않는 복지 만능주의식 결론이 많은데 이런 무비판적인 답변은 결코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서울대 이승훈 교수는 시장경제를 설명하면서 관행적 재산권이 줄어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개도국일수록 사유재산권이 법이 아닌 관행적으로 보호되는 경향이 있다면서 이로 인해 방대한 국가 자본이 활용되지 않고 죽은 자본으로 남아 국가 발전을 가로 막는다고 지적했다.

논술 수업 방법에 대한 강의도 인기였다. 성균관대 박정하 교수는 '논술 답안 구상의 실제'라는 주제 강의에서 "학생들이 논제를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하는 경우를 많이 본다"면서 "논제의 요구가 무엇인지 단어 하나 하나에 의미를 부여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경·전경련 교사 논술 연수'는 이념 주입형 논술 교육에서 벗어나 합리적이고 창의적인 논술 교육 방법론을 만들어 내기 위해 작년에 처음 실시됐다.

연수 참가를 희망하는 교사가 700명을 넘겨 추첨을 통해 200명을 선발해야 하는 어려움을 겪을 정도로 교사들로부터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다.

일부 교사들은 "교육 당국이 손 놓고 있는 동안 한경과 전경련이 이런 기회를 만들어 준 것이 정말 고마울 따름"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박주병 기자 jbpar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