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여름 아내와 중학교 1학년짜리 딸아이를 뉴질랜드로 보낸 이성원씨(45·강남구 역삼동)는 요즘 환율 그래프를 볼 때마다 속이 쓰리다.

뉴질랜드 경제가 살아나면서 뉴질랜드달러의 가치가 급등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씨가 송금하는 금액은 매달 약 8000뉴질랜드달러.1년 전엔 480만원 정도 들었지만 요즘은 560만원 가까이 보내야 한다.

새 학기 등록금까지 보내야 하는 다음 달엔 부담이 더 커진다.

반면 원·달러 환율은 같은 기간 내림세를 보였다.

"이럴 줄 알았으면 그냥 미국으로 보낼 걸…." 요즘 들어 자주 드는 유씨의 아쉬움이다.

유학 보낸 국가의 환율 움직임에 따라 '기러기 아빠'들의 명암이 엇갈리고 있다.

호주 뉴질랜드 영국 등 영연방 국가에 자식을 맡긴 아빠들은 경제적 부담이 커지는 추세인 반면 미국에 보낸 부모들은 예전보다 한결 여유가 생겼다.

서울외국환중개에 따르면 7일 기준 원화와 뉴질랜드달러의 교환 비율은 698.07원.1년 전(592.05원)에 비해 17.9% 올랐다(뉴질랜드달러 강세).1만 뉴질랜드달러를 송금할 경우 1년 전에 비해 100만원 이상 돈을 더 내야 한다.

미국달러 대비 뉴질랜드달러 가치는 1985년 변동환율제를 도입한 이래 가장 높은 수준이다.

호주도 사정은 마찬가지.같은 기간 원·호주달러 환율은 699.78원에서 779.91원으로 11.5% 올랐다.

미국달러 대비로는 18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호주와 뉴질랜드 화폐 가치가 급등한 것은 경제가 활황이기 때문.호주의 1분기(1~3월)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은 전년동기 대비 3.8%로 전문가들의 예상치(3.1%)를 넘어섰다.

5월 중 신규 일자리도 3만9400개 늘어 시장의 전망치(1만개)를 웃돌았다.

이로 인해 실업률(4.2%)은 32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낮아졌다.

뉴질랜드는 최근 국제 낙농제품 가격 상승으로 생산 농가의 소득이 높아지면서 경기가 과열을 우려할 정도로 호황이다.

이 같은 경기 호황은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한 금리 인상으로 이어지고 있다.

호주의 기준 금리는 현재 연 6.25%로 6년래 가장 높은 수준.소비가 수그러들지 않아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뉴질랜드는 7일(현지시간) 기준 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해 사상 최고 수준인 연 8.0%로 올려놨다. 금리가 높은 국가의 화폐 가치가 올라가는 건 당연한 수순.'경기 호황→금리 인상→화폐 가치 상승'이라는 나선형 계단을 빠르게 올라가고 있는 셈이다.

영국 파운드화 역시 고공행진 중이다.

작년 이맘때엔 1700원 정도만 주면 1파운드를 살 수 있었지만 지금은 1850원가량 줘야 손에 쥘 수 있다.

반면 원·달러 환율은 같은 기간 948원10전에서 926원80전(7일 종가 기준)으로 2%가량 낮아졌다.

그만큼 미국달러 가치가 떨어진 것이다.

매달 5000달러를 송금하는 부모라면 한 달에 10만원 이상씩 절약되는 셈이다. 뭉칫돈이 들어가는 학기 초엔 반사 이익이 더욱 커진다. 이 밖에 캐나다달러는 원화 대비 1년 새 3.3% 오르는 데 그쳐 부담이 크게 늘지는 않았다.

이처럼 희비가 엇갈리자 유학지를 선택하는 데도 '환율 전망'이 필수 요소가 됐다. 같은 값이면 환율 절상폭이 적은 곳을 골라야만 예상치 못한 추가 비용으로 속앓이를 하지 않는다.

외환은행 명동지점 환전 담당자는 "유학 자금에도 환테크가 필요한 시점"이라며 "송금 시점에 닥쳐서 한꺼번에 외환을 사는 것보다 일정 시점마다 조금씩 매입해 놓는 것이 환리스크를 줄이는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유학생은 작년 말 기준 미국 9만4000명,영국 2만여명,호주 1만8000명이고 캐나다는 2만8000명(2005년 말 기준),뉴질랜드는 2만명 정도다.

안재석 기자 yag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