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스트리트저널을 소유한 미국의 종합 미디어그룹인 다우존스 인수전에 '슈퍼마켓 재벌'인 론 버클(55)이 가세할 가능성이 부각되고 있다.

이로써 '미디어 황제' 루퍼트 머독이 주도하는 것처럼 보였던 다우존스 인수전은 좀 더 복잡한 구조로 얽힐 전망이다.

6일 뉴욕타임스 등 주요 외신들에 따르면 다우존스의 노조인 IAPE는 며칠 전 버클이 소유한 투자회사 유카이파와 접촉,버클이 다우존스의 '백기사(white knight)'로 나서줄 것을 요청했다.

백기사는 적대적 인수합병(M&A)의 대상이 된 기업이 적당한 방어수단이 없을 경우 대안으로 찾는,경영진에 우호적인 제3의 매수 희망자를 말한다. 노조는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에게도 인수전 참여를 요청했으나 긍정적인 답변은 얻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 측이 머독의 인수 추진에 반대하며 이같이 새로운 인수자를 모색하는 이유는 머독의 '불도저식' 경영 전력 때문.머독이 다우존스를 인수하게 되면 편집권을 침해받을 수 있다고 노조는 우려하고 있다.

또 노조는 머독이 감원을 포함해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강행할 수도 있다는 점을 불안해하고 있다.

버클은 노조의 요구에 관심을 표명하며 다우존스 인수전에 참여할 수도 있다는 뜻을 내비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인수에 직접 참가할지 여부는 아직까지 밝히지 않고 있다.

버클은 그동안 나이트리더 트리뷴컴퍼니 등 미국의 대형 미디어회사 인수에 많은 관심을 보여왔다.

그는 로스앤젤레스(LA) 슈퍼마켓에서 막일부터 시작해 캘리포니아 일대의 슈퍼마켓들을 사들이며 억만장자가 된 인물로,1992년 LA 폭동 때는 자신의 슈퍼마켓 여러 곳이 약탈됐음에도 불구하고 노동자들에 대한 호의적인 입장을 고수해 노조에 좋은 인상을 남기기도 했다.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의 절친한 친구로 식품회사에 주로 투자하는 유카이파 펀드도 운영하고 있다.

버클이 다우존스 인수에 뛰어들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오면서 머독의 인수 움직임엔 제동이 걸리게 됐다.

머독은 다우존스 인수를 위해 50억달러를 제시한 데 이어 지난 4일에는 다우존스 대주주인 밴크로프트 가문을 직접 만나는 등 인수 협상을 주도해왔다.

머독은 밴크로프트 가문과의 회동에서 다우존스를 인수하더라도 '편집권 독립'을 보장할 것이며 다우존스 가치 유지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입장을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전문가들은 50억달러가 워낙 매력적인 금액이어서 머독의 제안을 누를 '백기사'가 나올지는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안정락 기자 j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