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력 이동성 부족, 중국 등지서 근로자 수입도

동유럽의 인력난이 심각하다.

임금은 치솟고 숙련공은 부족하고 노동력의 이동도 여의치 않다.

서유럽에서 나타나던 인력난이 어느 새 동유럽 각국에도 확산되고 있다고 파이낸셜 타임스(FT)가 5일 보도했다.

동유럽의 인력난은 해외투자 증가와 이민, 노동력의 이동성과 기술 분배 부족 등의 요인이 결합한 결과로, 폴란드에서부터 불가리아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하게 나타나고 있다는 것.
루마니아 트란실바니아 지역의 클루지에서는 최근 수년간 건설 바람이 불었지만 얼마 가지 않아 열기가 수그러들고 있다.

숙련 근로자의 부족으로 인근 지역의 공장 건설이 정체 상태에 빠졌기 때문이다.

이 지역 금융기관인 이모피난체 부동산개발파트의 소린 니콜레스쿠는 처음에 몰도바에서 근로자들을 수입했지만 임금이 20-50% 가량 올라 지금은 이마저 별 효과가 없다고 말했다.

폴란드는 실업률이 13%나 되면서도 경쟁력 있는 숙련공의 부족으로 기업들의 구인난은 해결되지 않고 있다.

더욱이 기술력 있는 많은 수의 근로자들이 2004년 유럽연합(EU) 가입 이후 서유럽으로 빠져나가면서 인력난이 가중됐다.

헝가리와 체코는 해외 이민이 많지 않았지만 노동력의 이동성이 현저히 떨어져 지방 노동력 부족에 시달리는 케이스다.

근로자들이 고향을 떠나 일하기를 싫어한다는 것이다.

헝가리의 트럭 생산업체인 라바는 서부 죄르 지역의 부족한 인력을 메우기 위해 실업률이 12%에 달하는 동부 미슈콜츠 지역에서 근로자들을 데리고 왔지만 이들은 얼마 안가 회사를 그만두고 대부분 집으로 돌아갔다.

체코의 정부투자기구인 체크인베스트의 얀 하벨카는 해외 투자자들이 겪는 가장 어려운 점은 노동력의 이동성이 지극히 부족하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최근에는 옛 소련 지역이나 중국에서 근로자들을 대거 수입하는 현상도 벌어지고 있다.

폴란드의 건설업체인 J.W 컨스트럭션은 최근 우즈베키스탄과 타지키스탄에서 200명의 근로자를 데리고 왔고, 루마니아 동부 지역에 스위스 자본이 세운 직물업체 웨어는 중국 근로자 800여명을 고용했다.

결국 해외 기업들은 노동력을 구하기 위해 점점 더 동쪽으로 이동하거나, 인건비가 훨씬 싼 지역에서 노동력을 대거 수입하거나, 어쩔수 없는 경우 더 많은 노동비를 지출할 수 밖에 없는 실정이다.

슬로바키아 VUB 은행의 이코노미스트 즈덴코 스테파니데스는 동유럽의 인력난은 이 지역의 경제 성장에 나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저임금을 보고 진출한 외국 투자자들이 벌써 빠져나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동유럽의 임금 인상이 생산성 증가율보다 더 빠르게 진행된다면 이 지역은 투자처로서의 매력을 쉽게 상실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부다페스트연합뉴스) 권혁창 특파원 fait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