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저가 항공시장 진출 '날갯짓' ‥ "근거리 노선은 서비스보다 가격…"
국내 최대 항공사인 대한항공이 저가(低價)항공 시장에 진출하기로 함에 따라 국내는 물론 아시아지역 항공시장 판도에도 큰 변화가 생길 것으로 보인다.

당장 제주항공 한성항공 등 국내 저가항공사들은 '항공업계의 공룡'과 맞상대해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됐다.

대한항공이 신설 저가항공사로 중국 동남아시아 노선을 집중 공략키로 한 만큼 이들 노선에서 강점을 보여온 아시아나항공도 어느정도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왜 저가항공에 뛰어들었나



대한항공이 저가항공 시장에 뛰어든 가장 큰 이유는 항공시장 환경이 저가항공사에 유리한 구조로 바뀌고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중국 일본은 물론 웬만한 동남아시아 국가까지 '1일 생활권'으로 묶이면서 비즈니스 항공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데다 이들 지역으로의 여행수요도 급증하고 있다는 게 가장 큰 이유다.

실제 김포~홍차오(중국 상하이)~하네다(일본 도쿄)를 잇는 한·중·일 '3각 셔틀'이 올해안에 실현되면 이들 지역에 대한 항공수요는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주목할 점은 근거리 노선을 이용하는 소비자들은 서비스보다는 가격에 더 민감하다는 것.비행거리가 길어야 3~4시간에 불과한 만큼 고품격 서비스를 받느니 30~40%가량 싼 항공사를 선택하게 된다는 게 항공업계의 분석이다.

실제 미국과 유럽의 저가항공사들은 근거리 노선을 파고들며 시장점유율을 20% 이상으로 끌어올린 상태다.

여기에 베트남 등 동남아 국가에 이어 중국 일본과의 항공자유화 협정이 진행되는 등 제도적인 뒷받침도 대한항공의 저가항공 시장 진출을 부추겼다.

항공자유화 협정이 체결된 국가에는 별도의 항공협정 없이도 각 항공사가 원하는 대로 상대국에 비행기를 띄울 수 있게 된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2010년 경부고속철도 2단계 구간이 개통되면 국내선 수요는 크게 감소할 수밖에 없다"며 "저가항공사 설립은 불가피하게 벌어질 국내선 구조조정에 대한 대안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언제,어떻게 운영되나
대한항공,저가 항공시장 진출 '날갯짓' ‥ "근거리 노선은 서비스보다 가격…"



대한항공은 일단 새로운 자회사를 설립하기보다는 기존 계열사인 한국공항을 활용해 저가항공 시장에 진출한다는 구상이다.

이를 위해 조만간 항공기 도입 및 인력 충원 규모 등을 결정한 뒤 건설교통부에 국내선 및 국제선 운항 인허가를 신청할 계획이다.

그러나 최근 건교부가 '국제선을 띄우려면 국내선 경험을 2~3년가량 쌓아야 한다'고 공언한 상태여서 국제선 취항은 2012년 이후로 늦춰질 수도 있다.

투입 항공기 기종은 B737-800(164석) 및 B737-900(188석) 제트기가 유력하다.

현재 국내선에 투입되고 있는 이들 비행기는 경부고속철도 2단계 구간이 완공되는 2010년에는 활용도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항공업계 판도변화 오나



대한항공의 저가 항공사 설립은 기존 아시아나항공 제주항공 등 국내 항공사에 상당한 타격을 줄 전망이다.

아시아나항공은 일단 "2~3년 시간이 있는 만큼 지켜보겠다"면서도 내부적으로 저가항공사 설립 방안을 면밀히 검토하는 등 대책 마련에 분주한 모습이다.

제주항공은 "대형 할인점이 구멍가게마저 먹겠다고 달려드는 것과 다를바 없다"며 원색적인 비난도 서슴지 않고 있다.

그러나 항공업계에선 국내 항공사보다는 최근 몇년 새 국내 패키지 관광 시장을 잠식해온 중국 및 동남아시아 지역의 저가항공사가 더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대한항공의 항공 운영 노하우와 정비능력이 중국 및 동남아 항공사보다 한 수 위임을 감안하면 시장 판도 변화가 불가피하다는 이유에서다.

대한한공 관계자는 "중국과 동남아 저가 항공사들이 한국시장을 잠식하는 현상을 더 이상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며 "2010년 이후에는 '국적 저가항공사'를 타고 40만원짜리 동남아 패키지 관광을 떠나는 게 일반화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오상헌 기자 oh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