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경쟁력이 국가 경쟁력] (2) 한국대학, 무늬만 글로벌화‥ "영어로 강의만 하면 국제화" 잘못된 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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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대 송도 캠퍼스는 모든 강의를 영어로만 진행할 계획입니다."(연세대 관계자)
"그렇다면 버클리는 연세대학교 송도캠퍼스 내에 분교를 세울 생각이 없습니다."(UC버클리 관계자)
인천 송도에 국제캠퍼스를 건설하는 업무를 추진하고 있는 연세대 송도국제화복합단지건설추진단 관계자들은 UC버클리 담당자들과 벌였던 분교 유치협상에서 적지 않은 충격을 받았다.
국제화의 기본을 '강의의 영어화'로 보고 영어로만 수업이 진행되는 국제캠퍼스를 신설키로 했지만 해외 대학 관계자들의 반응이 영 시큰둥했기 때문이다.
김광수 연세대 송도추진단 부장은 "UC버클리에서 바라는 학교는 어느 정도의 영어강의를 갖추되 한국어 및 중국어,일본어 강의가 동시에 이뤄지는 학교였다"며 "학생들의 기숙사도 한국 학생들과 UC버클리 학생이 한방을 쓸 수 있게 해달라고 요구했다"고 설명했다.
'대학 국제화=강의의 영어화'는 한국의 대학에 국제화 바람이 불면서 통용돼 온 불문율이다.
서울대는 지난해 전체 과목 중 5.4%에 그쳤던 영어강의 비율을 올 1학기 들어 전체의 10% 선으로 2배 가까이 늘렸다.
현재 서울대에 개설된 4860개 강좌 중 10%에 달하는 490개 강좌가 영어로 진행되고 있다.
연세대는 전체 과목의 21%를 영어로 진행 중이다.
고려대는 영어강의 비율을 지난해 34.8%에서 올해 35.6% 선까지 끌어올렸다.
하지만 영어환경에 능숙하지 않은 한국인 교수들로 영어 강의를 추진하다 보니 대학 경쟁력이 높아지기는커녕 떨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단 수업을 알아듣지 못하는 학생들이 늘어났다.
강의의 수준도 전반적으로 낮아졌다는 평가다.
서울대 공대의 한 관계자도 "이공계열 교수들 중에서는 유학을 다녀와도 영어 강의가 되지않는 사람이 적지 않다"며 "학생들에게 이런 교수들의 강의에 열중하라고 주문하는 것이 옳은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는 "공대 대학원 수업에까지 영어를 강요하는 것도 문제가 있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대학들이 실력이 떨어지는 교수를 영어 강의에 동원하는 것은 국제화가 진행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과시용'에 지나지 않는다고 지적하고 있다.
원어민 교수가 아닌 한국인 교수에게 영어강의를 강요하는 것 자체가 '난센스'라는 것.
대학들의 국제화가 이처럼 표피적인 수준에 머물고 있는 이유는 보수적인 대학문화 때문이다.
한국의 대학들은 순혈주의 전통이 강해 후배에게 교수직을 물려주는 관행이 뿌리가 깊다.
타 대학 학생도 아닌 외국인 교수를 채용하는 것에는 여러가지 장애가 따를 수밖에 없다.
실제로 한국의 대학이 고용하고 있는 외국인 교수는 극소수다.
서울대는 1807명의 전임교원 중 외국인은 41명에 불과하다.
1900여명의 교수진 중 절반가량이 외국인인 싱가포르대와 비교하면 20분의 1 이하다.
우리보다 먼저 영어강의의 부작용을 경험했던 일본에서는 외국인 교수의 비중을 늘려 똑같은 강의를 일본어와 영어로 두 번 진행하는 방법으로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
온천으로 유명한 도시인 벳부에 있는 리츠메이칸 APU대(Ritsumeikan APU)는 2006년 기준으로 4752명 중 1927명의 외국인 학생을 유치해 '일본 신기록'을 세웠다.
영어 강의는 원어민과 영어에 능한 유학파 교수가,일본어 강의는 일본인 교수가 맡는 전략이 먹혀들어 간 것.실제로 이 학교의 외국인 교수 비중은 55%에 달한다. APU대를 이끄는 몬테카짐 총장도 스리랑카 출신의 외국인이다.
리츠메이칸대 관계자는 "영어가 모국어가 아닌 나라에서는 영어강의의 횟수만 확대하는 전략을 써서는 곤란하다"며 "학생들의 영어실력이 높아질 때까지는 모국어 강의도 병행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송형석/이태훈 기자 click@hankyung.com
"그렇다면 버클리는 연세대학교 송도캠퍼스 내에 분교를 세울 생각이 없습니다."(UC버클리 관계자)
인천 송도에 국제캠퍼스를 건설하는 업무를 추진하고 있는 연세대 송도국제화복합단지건설추진단 관계자들은 UC버클리 담당자들과 벌였던 분교 유치협상에서 적지 않은 충격을 받았다.
국제화의 기본을 '강의의 영어화'로 보고 영어로만 수업이 진행되는 국제캠퍼스를 신설키로 했지만 해외 대학 관계자들의 반응이 영 시큰둥했기 때문이다.
김광수 연세대 송도추진단 부장은 "UC버클리에서 바라는 학교는 어느 정도의 영어강의를 갖추되 한국어 및 중국어,일본어 강의가 동시에 이뤄지는 학교였다"며 "학생들의 기숙사도 한국 학생들과 UC버클리 학생이 한방을 쓸 수 있게 해달라고 요구했다"고 설명했다.
'대학 국제화=강의의 영어화'는 한국의 대학에 국제화 바람이 불면서 통용돼 온 불문율이다.
서울대는 지난해 전체 과목 중 5.4%에 그쳤던 영어강의 비율을 올 1학기 들어 전체의 10% 선으로 2배 가까이 늘렸다.
현재 서울대에 개설된 4860개 강좌 중 10%에 달하는 490개 강좌가 영어로 진행되고 있다.
연세대는 전체 과목의 21%를 영어로 진행 중이다.
고려대는 영어강의 비율을 지난해 34.8%에서 올해 35.6% 선까지 끌어올렸다.
하지만 영어환경에 능숙하지 않은 한국인 교수들로 영어 강의를 추진하다 보니 대학 경쟁력이 높아지기는커녕 떨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단 수업을 알아듣지 못하는 학생들이 늘어났다.
강의의 수준도 전반적으로 낮아졌다는 평가다.
서울대 공대의 한 관계자도 "이공계열 교수들 중에서는 유학을 다녀와도 영어 강의가 되지않는 사람이 적지 않다"며 "학생들에게 이런 교수들의 강의에 열중하라고 주문하는 것이 옳은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는 "공대 대학원 수업에까지 영어를 강요하는 것도 문제가 있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대학들이 실력이 떨어지는 교수를 영어 강의에 동원하는 것은 국제화가 진행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과시용'에 지나지 않는다고 지적하고 있다.
원어민 교수가 아닌 한국인 교수에게 영어강의를 강요하는 것 자체가 '난센스'라는 것.
대학들의 국제화가 이처럼 표피적인 수준에 머물고 있는 이유는 보수적인 대학문화 때문이다.
한국의 대학들은 순혈주의 전통이 강해 후배에게 교수직을 물려주는 관행이 뿌리가 깊다.
타 대학 학생도 아닌 외국인 교수를 채용하는 것에는 여러가지 장애가 따를 수밖에 없다.
실제로 한국의 대학이 고용하고 있는 외국인 교수는 극소수다.
서울대는 1807명의 전임교원 중 외국인은 41명에 불과하다.
1900여명의 교수진 중 절반가량이 외국인인 싱가포르대와 비교하면 20분의 1 이하다.
우리보다 먼저 영어강의의 부작용을 경험했던 일본에서는 외국인 교수의 비중을 늘려 똑같은 강의를 일본어와 영어로 두 번 진행하는 방법으로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
온천으로 유명한 도시인 벳부에 있는 리츠메이칸 APU대(Ritsumeikan APU)는 2006년 기준으로 4752명 중 1927명의 외국인 학생을 유치해 '일본 신기록'을 세웠다.
영어 강의는 원어민과 영어에 능한 유학파 교수가,일본어 강의는 일본인 교수가 맡는 전략이 먹혀들어 간 것.실제로 이 학교의 외국인 교수 비중은 55%에 달한다. APU대를 이끄는 몬테카짐 총장도 스리랑카 출신의 외국인이다.
리츠메이칸대 관계자는 "영어가 모국어가 아닌 나라에서는 영어강의의 횟수만 확대하는 전략을 써서는 곤란하다"며 "학생들의 영어실력이 높아질 때까지는 모국어 강의도 병행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송형석/이태훈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