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태일 현대경제연구원 컨설팅본부장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향수 회사 겔랑. 이 회사 창업자의 4대 손인 장 폴 겔랑은 무려 3,000가지 향을 구분할 줄 안다고 한다. 그는 머릿속에 3,000가지 향의 개념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어떤 사물이나 현상에 대한 개념을 미리 알고 대하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은 큰 차이가 있다. 미리 개념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그 현상에 대한 이해도 빠르고 수준 높은 판단력도 생긴다. 개념 자체가 실제 현상을 비추는 횃불 구실을 하기 때문이다. 이해를 위한 도구로서 전이해(前理解)가 필요하고, 지식을 제대로 습득하기 위한 자료로서 선지식(先知識)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똑같은 비즈니스 현상을 보더라도 어떤 사람은 남보다 좀더 체계적으로 이해하고 문제 해결이나 대안 제시 능력도 탁월한 것은 바로 전이해와 선지식이 풍부하기 때문이다.

가령 팔로어십(followership)이란 개념을 알면 리더십 못잖게 중요한 것이 ‘남을 따르는 방식’이라는 점을 이해하게 될 것이다. 상사와 부하 간의 관계를 리더십이라는 단선적인 관점에서 보는 것이 아니라, 두 사람 간의 쌍방향적 커뮤니케이션이라는 입체적인 시각으로 바라보게 된다. 당연히 상하간 관계 개선을 위해서도 좀더 실효성있는 대안을 제시할 수 있다. 상사에게 리더십만을 요구했던 이전 태도도 달라져서 이제는 역지사지(易地思之)의 자세로 리더에 대한 나의 팔로어십을 돌아보는 자기성찰의 기회도 갖게 된다. 리더십의 프리즘으로 보면 부하는 항상 수동적이었는데, 이제는 그렇지 않다. 팔로어십의 관점에서는 좋은 부하가 좋은 리더를 만들기 때문에 부하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점을 깨달을 수 있다.

‘뷔르당의 나귀’라는 말을 들어본 적 있는가. 두 개의 건초더미 사이에서 왔다갔다하던 나귀는 어느 것을 먹을까 고민하다가 굶어 죽었다. 이걸 할까 저걸 할까 생각만 하다가 결국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어리석은 행동을 가르켜 ‘뷔르당의 나귀’라고 부른다. 이 개념을 알고 있다면 무엇보다 실천이 중요하고 실행력을 키우는 것이 필요하다는 점을 늘 염두에 둘 것이다.

책을 읽으면 그 책의 두께만큼 눈을 가린다고 얘기하는 사람들이 있다. 책에서 얻은 지식이나 정보들이 선입견으로 작용해 오히려 자유로운 상상력을 방해할 수도 있다는 뜻이다. 그러나 우리가 진정 어떤 사물을 제대로 이해하고 분석하기 위해서는 우리 내부에 상식과 교양은 많이 쌓아두면 둘수록 좋다. 이런 잡동사니들이야말로 상상력과 영감의 밑천이기 때문이다. 창조적이 되기 위해서도 더 많이 배우고 공부해야 하는 연유가 여기 있다.

우리나라 직장인 10명 중 7명이 공부하는 직장인, 샐러던트라고 한다. 물론 이들의 최대 목표는 자신의 경쟁력을 쌓아 미래를 준비하고 몸값을 올리는 것이다. 그러나 샐러던트 80%의 관심이 외국어 회화와 IT 관련 교육 등 도구적 지식의 습득에 한정되어 있는 것은 불합리해 보인다. 독서를 통해 얻어지는 인생의 지혜, 삶을 바라보는 다양한 관점, 세상의 변화와 움직임을 읽어내는 안목, 직장 생활에 임하는 태도, 이런 것들은 직장 생활을 슬기롭게 풀어가고 삶을 풍요롭게 가꿔주는 의미있는 자원들이다. 토플이나 토익 점수, 자격증처럼 바로 훈장이 되지는 못하지만, 이해의 지평을 넓히고 사고의 깊이를 더하는 성찰적 지식 또한 아주 중요함을 샐러던트들은 명심해야 할 것이다.


칼럼니스트 프로필

연세대학교 사회학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하고 현대경제연구원 컨설팅본부 부장으로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그는 다양한 강연과 포럼, 세미나와 컨설팅을 통해 만난 이 시대 직장인들이 지적 욕구는 매우 높지만 정작 어떤 것을 공부해야 하는지에 대한 방향 설정에는 매우 취약하다는 점에 주목했다. 그리하여 새내기 직장인에서부터 CEO에 이르기까지, 프로 비즈니스맨이 갖춰야 할 경제경영 지식과 교양의 101가지 키워드를 체계적으로 정리한 이 책 《비즈니스 교양》을 집필하기에 이르렀다.

이 책은 비즈니스에 임하는 태도와 매너, 세상의 변화와 흐름을 포착하는 안목과 성공을 향한 삶의 깊은 성찰을 제시한다. 나아가 이를 바탕으로 치열한 비즈니스 현장에서 한 걸음 앞서나갈 수 있는 최신 경제경영 트렌드와 디지털 시대에 걸맞은 리더십, 첨단 마케팅 기법에 이르기까지 프로 직장인이 꼭 알아야 할 격조 높은 지식과 세련된 정보를 간결하게 망라하고 있다. 따라서 변화와 성과를 주도하고, 나아가 글로벌 무대에서 자신의 존재가치를 업그레이드하고자 불철주야 발로 뛰는 뛰어난 비즈니스맨들에게 새로운 비전을 심어주는 비타민과도 같은 책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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