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의 지난 2일 참여정부 평가포럼 특강은 한나라당 중심의 대선 구도를 깨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노 대통령이 특강에서 "민주세력의 당면한 과제는 무엇인가"라는 자문(自問)에 "대통령 선거"로 자답(自答)한 것이 단적인 예다.

노 대통령이 특강의 상당 부분을 한나라당과 이명박,박근혜 등 이른바 '빅 2'에 대한 비판에 할애한 것도 두 후보에 대한 지지율이 70%가 넘는 현재의 대선구도가 고착화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는 필요에 따른 것으로 해석된다.

범 여권 통합이 지지부진한 상황에서 더 이상 한나라당의 독주를 방치할 수 없는 시점까지 도달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한나라당에 대한 노 대통령의 비판수위는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수준이었다.

"무리한 부양책이나 써서 우리 경제 위기나 초래하지 않을까 불안하다"에서부터 "참여정부가 계속 간다면 우리 경제를 장담할 수 있다.

(그러나) 정권이 바뀌면 장담하기 어렵다"고 노골적으로 한나라당에 대한 '비토'(veto·거부)의사를 표시했다.

노 대통령은 또 이 전 시장의 대운하 공약에 대해 "제 정신 가진 사람이 민자투자하겠느냐.재정투자하면 재정이 큰 일 난다.

복지예산 줄일 것이다"고 비판했다.

박 전 대표에 대해서는 "한국의 지도자가 다시 독재자의 딸이니 뭐니 해외신문에서 그렇게 나면 곤란하다"고 비아냥거리기도 했다.

기자실 통폐합 문제에 대해서도 정면으로 공격했다.

노 대통령은 두 후보의 국정홍보처 폐지 입장에 대해 "추파냐,영합이냐,굴복이냐. 언론탄압도 나쁘지만,눈치보고 영합하는 것도 나쁘다.

그렇게 하면 정권 잡나.

그렇게 정권 잡아서 무엇을 하겠느냐"며 직격탄을 날렸다.

여의도 정가에선 노 대통령의 발언은 한나라당 중심의 대선구도를 깨고 정권 재창출을 위한 사실상의 대선 개입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한 관계자는 "노 대통령의 발언은 지금 한나라당 중심의 대권 구도에 제동을 걸지 않으면 재집권은 불가능하다는 판단하에서 나온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대선 구도를 한나라당 대 비(非) 한나라당으로 몰면서 친노 세력을 결집시키려는 의도가 내포돼 있다는 것이다.

이 같은 해석은 노 대통령의 특강에서도 일정 부분 드러났다.

노 대통령은 "선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구도"라며 "1 대 1의 구도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범 여권의 통합과 관련,"대통합과 후보단일화를 병행해 추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대통합을 위해 노력하되 빠른 시일 내 통합이 안 되면 후보를 내세워 경쟁하면서 대통합과 후보 단일화를 함께 추진하는 것이 보다 안전한 전략이라고 구체적인 방법론까지 제시했다.

그러면서 "당 해체를 주장하는 사람들,탈당한 사람들은 오로지 대통합에 매달려 탈당으로 대세를 몰아가는 것은 외통수 전략"이라며 "확률이 높지 않은 어려운 일을 외통수 전략으로 채택한 것은 매우 위험하다"고까지 언급했다.

물론 청와대는 이러한 해석을 부인하고 있다.

천호선 청와대 대변인은 "대통령 연설의 일부분은 참여정부 정책에 대한 비판과 비난에 대한 반론 차원의 정책토론"이라며 "선거법 차원에서 논의될 문제가 아니다"고 반박했다.

이심기/홍영식 기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