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가장 생각나는 사람은 몇 년 전 신세계 주가가 20만원 안팎일 때 주식을 실물로 찾아간 고객과 작년에 자산주라며 BYC 주식을 엄청나게 사 놓은 포도밭 주인 아저씨입니다."

우리투자증권 한 직원은 최근 주가가 엄청나게 뛰는 것을 지켜보면서 두 사람이 기억에 남는다고 기자에게 말했다.

신세계 주식을 갖고 있던 고객은 2003년 여름 1만주에 달하는 주식을 실물로 찾아갔다고 한다.

그는 주식이 증권 계좌에 들어 있으면 조금만 올라도 팔려는 욕구가 생겨 아예 팔지 못하도록 실물을 찾아갔다는 것이다. 이후 신세계 주가는 3년여간 쉬지 않고 올랐고 당시 20억원이었던 고객의 재산은 65억원을 훌쩍 넘었다. BYC도 불과 1년여 만에 15만원에서 25만원으로 뛰어올랐다.

주가가 1700을 훌쩍 넘겨 버린 요즘 이런 대박을 터뜨린 투자자들도 있지만 오르는 주가를 바라보며 한숨 짓는 사람들도 상당수다. 대표적인 케이스가 우리사주를 팔아 버린 현대중공업 직원들이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1999년 5만2000원에 우리사주를 받았는데 몇 년 동안 주가가 떨어지다 작년 10만원대로 오르니까 설마 더 오르겠냐 싶어 직원들 대부분이 우리사주를 판 걸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현대중공업은 그 이후 30만원을 훌쩍 넘겼고 증권사들은 아직도 한참 더 오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그래도 괜찮은 편에 속한다.

올해 주가가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는 삼성전자 하이닉스 기아차 등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투자자들의 속은 더 타들어 간다.

또 이들 주식을 기초 자산으로 하는 주가연계증권(ELS) 투자자들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다른 ELS들은 불과 몇 달 만에 10%대의 금리로 조기 상환받아 새로운 투자처를 찾고 있을 때 원금 손실을 우려해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증권사 애널리스트들도 마냥 즐겁지만은 않다. 목표 주가를 올린 지 며칠 안 됐는데 이를 또다시 조정해야 하는 상황이 빈발하면서 체면이 구겨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더욱이 올해 상승 랠리에서 소외된 종목을 추천했던 애널리스트들의 어깨는 무겁기 짝이 없다.

주가 1700 시대에 괴로워하는 개인 투자자들도 있다. 이른바 소형주 단기 투자를 즐겨 하는 단타족들이다. 3억원을 굴리고 있는 개인 투자자 최모씨는 "올해 수익률은 마이너스예요. 이런 장에서는 세력주(작전주)는 잘 안됩니다. 그걸 알면서도 투자 습관 때문에…"라며 후회스런 표정을 지었다.

주가 급등기에는 오르는 주식이 계속 오르는 경향이 있어 소형주들은 자산주나 실적주를 제외하고는 랠리에서 상대적으로 소외되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다. 채권 펀드매니저들도 죽을맛이다.

한 채권 펀드매니저는 "주가가 오르니 채권은 쳐다보는 사람이 거의 없다"며 "돈도 안 들어오고 금리 상승으로 채권값은 더 떨어져 기운이 빠진다"고 하소연했다.

김용준 기자 juny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