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광등 번쩍이며 달려가는

구급차 사이렌 소리

골목길에 쌓인 한낮의 고요를

산산조각 깨뜨린다

세상을 비집고 새로 태어나는

아기 울음소리와 달리

어떤 목숨인가 닳아버린

땅의 톱니바퀴에서 향방 없이

튕겨져 나가는 아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 곳으로

까마득하게 떨어져 나가는 두려움이

날카로운 비명으로 울리는 듯

-김광규 '소리'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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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급차 사이렌이 다가왔다 멀어져 간다.

일상의 한 가운데를 비수처럼 끊고 들어오는 생경함.누군가 그 속에 누워 희미한 삶의 끈을 까마득히 붙들고 있을 것이다.

구급차 사이렌을 들을 때 가슴이 쿵 내려앉는 이유는 죽음이 생각보다 우리 가까이에 있기 때문이다.

아무리 거창하게 의미를 부여해도 인간 역사 대부분은 '살아 남기',또는 '죽음 피하기'와 관계 있다.

그러나 죽음 없이는 삶도 의미가 없다.

영생(永生)이란 얼마나 큰 형벌일 것인가.

문제는 언젠가 다가올 죽음을 어떻게 맞는가이다.

잘 사는 것 만큼이나 잘 죽는 것도 어렵다.

서글픈 삶의 역설이다.

이정환 문화부장 jh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