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政.財.외교 경험 풍부한 탁월한 행정가' 평가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이 29일 차기 세계은행 총재로 '결정'한 로버트 졸릭(53)은 부시 행정부 들어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국무부 부장관을 지낸데 이어 골드만삭스 경영자로 일해온 탁월한 능력가로 꼽힌다.

하버드대 로스쿨을 우등으로 졸업하고 하버드대 케네디스쿨에서 공공정책 석사를 받은 졸릭은 1985-1988년 재무부에서 일하는 것으로 공직에 입문했다.

그는 이어 아버지 부시 행정부에서 벌써 국무차관을 지내며 뛰어난 외교적 수완을 인정받았다.

그가 제임스 베이커 3세 국무장관 아래서 국무차관을 지낼 때 콘돌리자 라이스 현 장관은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에서 일해 두 사람은 당시 소련 붕괴와 독일 통일 등을 다루는데 긴밀히 협력하며 호흡을 맞춘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무차관 시절 졸릭은 베이커 장관과 함께 냉전종식에 따른 정책입안을 주도한뒤, 1992년 8월 백악관 비서실 차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졸릭은 1993년 행정부를 떠나 미국 최대의 주택금융투자업체인 패니 메이에서 수석부사장을 지냈으나 2001년 부시 대통령이 집권하자 곧바로 USTR 대표에 기용돼 도하라운드 협상 출범을 주도하는 등 미국의 대외통상정책 전반을 지휘했다.

그는 USTR대표로 일하면서 중국과 대만의 세계무역기구(WTO) 가입 작업을 마무리하고 싱가포르, 칠레, 호주, 모로코 등 여러 나라들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완결지었다.

그는 2005년초 폴 울포위츠 당시 국방부 부장관과 함께 제임스 울펀슨 세계은행 총재 후임으로 거론되기도 했으나 라이스 장관의 강력한 요청으로 국무부 부장관에 기용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졸릭이 국무부 부장관으로 가장 큰 관심을 기울인 부분은 중국관계.
그는 중국이 국제사회의 '이해당사자(Stakeholder)'라는 개념을 내세워 중국의 위상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그에 걸맞은 역할과 책임을 요구함으로써 미국의 대중 외교정책을 재정립한 인물로 평가받고 있다.

중국 외교부는 졸릭 부장관이 지난해 6월 사임을 발표하자 "졸릭은 국무부 부장관으로서 중.미관계 발전을 중시했고 양국의 상호이해와 신뢰 증진을 위해 적극적 노력했다"고 평가하며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나의 분신처럼 일했다"는 라이스의 말처럼 졸릭은 장관의 두터운 신임 속에 대중외교 등의 난제를 처리해왔으나, 세계은행 총재직이 울포위츠에게 돌아간데 이어 기대했던 재무장관이나 에너지장관 자리도 맡지 못하자 국무부 부장관직을 사임하고 골드만 삭스로 자리를 옮겼다고 당시 미국 언론은 보도했다.

그러나 울포위츠가 `여자친구 특혜' 스캔들로 낙마하자 졸릭은 부시 대통령에 의해 다시 세계은행 총재로 지명됨으로써 골드만삭스로 간지 채 1년도 안돼 다시 공직으로 복귀했다.

울포위츠 스캔들도 세계은행 내 미국의 위상이 크게 흔들리고 있는 가운데 졸릭은 이 같은 동요를 단시일 내에 수습하고 세계은행의 안정을 회복할 더없는 적임자란 평가를 받고 있다.

재무부와 국무부, USTR 등을 거치면서 독일과 러시아, 유럽, 중국, 중남미, 아프리카 등에 대한 두터운 정치, 경제, 외교적 관계와 경험을 쌓아 유럽을 비롯한 세계은행 회원국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이끌어낼 수 있는 인물로 꼽히기 때문이다.

그는 게다가 골드만삭스 같은 민간 금융회사 경험까지 갖추고 있어 준비된 세계은행 총재로서 울포위츠와는 다른 새로운 리더십을 보여줄 것이란 기대를 낳고 있다.

(워싱턴연합뉴스) 이기창 특파원 lkc@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