印尼외무 "美는 中이 BDA 중계 원해"

크리스토퍼 힐 미국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는 29일 (미국 등이 나서) 방코델타아시아(BDA) 송금문제를 해결하는 동안 북한은 핵 시설에 대한 폐쇄 조치를 먼저 이행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힐 차관보는 이날 인도네시아를 방문한 자리에서 북한의 핵 불능화 전제 조건인 BDA 송금 문제가 매우 어렵고 시일이 걸린다는 점을 지적한 뒤 북한은 BDA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기다리지 말고, 핵 시설 폐쇄를 위한 사찰단 방문을 먼저 허용할 것을 촉구했다.

그는 "북한 역시 BDA 문제를 처리하기가 매우 어렵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며 "그러나 중요한 점은 북한이 핵 문제에서 빠져나오려면 핵사찰단의 방문 허용과 핵시설 폐쇄 등 북한이 해야 할 역할을 이행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은 BDA 동결자금을 되돌려 받아야 영변 핵시설 폐기와 국제원자력기구(IAEA) 핵사찰단의 평양방문 허용 등 2.13 합의 사항을 이행하겠다는 입장만 거듭 강조하고 있다.

동남아 순방길에 오른 힐 차관보는 태국(22일), 베트남(23일), 필리핀(25일)에 이어 이날 인도네시아를 방문한 뒤 중국으로 떠났으며 30일부터 베이징에서 북핵 관련 회담을 가질 예정이다.

힐 차관보는 "언제 (북핵 사태가) 해결될 지 단언해 말할 수 없지만 몇 가지 아이디어를 갖고 있어 이번 베이징 회담에 기대를 걸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만약 북한이 (BDA 문제는) 우리에게 남겨 두고, 먼저 IAEA 사찰단 방문 허용과 핵 시설 폐쇄를 이행한다면 사태 해결에 엄청난 도움이 될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한편 하산 위라주다 인도네시아 외무장관은 힐 차관보와 회담에서 북한자금의 중계기지로 자국은행을 이용할 것을 제의했지만, 그는 그보다는 중계기지를 중국이 제공해줄 것을 바라고 있었다고 밝혔다.

그는 "힐 차관보는 중계기지로 중국의 은행을 이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위라주다 장관은 "북한자금 송금 문제에 대해 미국이 확실한 약속을 해줄 것을 촉구했으나 이는 정치적이라기 보다는 기술적 문제였다"고 덧붙였다.

(방콕연합뉴스) 전성옥 특파원 sungo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