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강호 사투리 뉘앙스 외국인들에게는 전달되지 않아 아쉬워"

영화 '밀양(Secret Sunshine)'이 제60회 칸 국제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누구보다도 수상자인 영화배우 전도연에게 경사이겠지만 연출자 이창동 감독에게도 기쁜 일이 아닐 수 없다.

이창동 감독은 2002년 '오아시스'로 베니스 국제영화제에서 감독상과 신인여우상(문소리)을 수상한 뒤 5년 만에 내놓은 '밀양'으로 세계 3대 영화제(칸ㆍ베를린ㆍ베니스)에서 다시 수상하는 영예를 안았다.

'밀양'은 아들을 죽인 살인자를 두고 '용서'라는 화두에 직면한 학원강사 신애(전도연)와 그녀를 사랑하는 카센터 사장 종찬(송강호)의 이야기.
'서편제' '천년학' 등의 원작자로도 유명한 소설가 이청준의 단편 '벌레 이야기'가 영화의 모태가 됐다.

그렇지만 원작에서 기본 얼개만을 따왔을 뿐 대부분은 새롭게 쓰였다.

이창동 감독은 여주인공이 죽음으로 생을 마감하는 원작과는 달리 신애의 삶에 새로운 희망을 불어 넣으며 영화를 마무리했다.

그를 28일 오전 숙소인 프랑스 칸의 한 호텔에서 만났다.

수상 소감을 묻자 멋쩍어하면서 "뭐 달리 할 말이 있겠는가.

기쁠 뿐이다"라며 웃었다.

다음은 감독과의 일문일답.

--수상을 예감했나.

▲예상했다기 보다는 남들이 다 기정사실처럼 말하니까 그게 부담스럽더라.

--시상식장에서 전도연을 따뜻하게 안아주던데.

▲기대는 했겠지만 여우주연상으로 호명되자 (전도연이) 당황하고 긴장하더라. 그래서 "축하한다"면서 안아줬다.

--폐막식 전 여우주연상을 탈 것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나.

▲수상 가능성에 대해서는 알고 있었지만 구체적으로 여우주연상을 탈 것이라는 얘기는 듣지 못했다.

다른 해외 영화제에서는 수상 부문을 미리 말해주는 경우도 있는데 칸은 전혀 그렇지 않더라.

--'밀양'을 통해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었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은 살아야 한다는 거다.

하느님께 분노하는 것조차도 인간의 일이라고 생각한다.

결국 인간은 자기 문제의 해답을 스스로 찾아야만 한다.

또한 자기가 살고 있는 땅이 정말 아름답고 살 가치가 있어서가 아니라 여기에 있기 때문에, 누추해 보일 수도 있지만 이 땅에서 삶의 의미를 찾아야 한다는 것을 이야기하고 싶었다.

--영화 끝 부분에 신애의 집 마당에 비친 햇볕 한 조각이 무척 인상적이었다.

▲그 햇볕은 하느님의 뜻으로 해석될 수 있다.

하느님의 뜻은 우리가 쉽게 알도록 제시되는 것이 아니다.

그 숨은 뜻을 찾는 것이 우리가 살면서 해야 할 일이다.

우리 인생 자체 속에 삶의 비밀이 숨어 있다.

--송강호가 연기한 종찬은 어떤 인물인가.

▲조연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영화에서 균형을 이뤄주는 중요한 캐릭터다.

종찬은 대한민국 어디에나 있는 인물처럼 보이지만 정말 그런 사람은 딱 한 사람 밖에 없는, 그런 인물이다.

실제의 인물로서의 그의 절묘함은 경상도 사투리의 뉘앙스를 알아들을 수 있어야 하는데 외국인들에게는 그게 안돼 아쉽다.

--전작과 비교해 '밀양'을 평가한다면.

▲영화라는 게 어쨌건 창조작업이기 때문에 "마음에 든다" "만족한다"라고 표현하는 것을 싫어한다.

창조는 운명적이라고 생각한다.

많은 것들이 한데 모여 무(無)에서 유(有)를 만들어 내는 것이다.

생명체의 창조과정과 닮았다.

그것 자체로 받아들일 수 밖에 없다.

--앞으로의 계획은.

▲몇 가지 계획이 있기는 한데 천천히 생각하고 싶다.

기다리면 그 계획들이 머리 속에서 스스로 성장해 나한테 말을 걸지 않겠는가.

(칸<프랑스>연합뉴스) 홍성록 기자 sunglo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