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송파구 풍납동에 사는 김기석씨(33)는 최근 900만원짜리 정기예금과 매월 45만원씩 넣던 정기 적금을 해약하고 각각 거치식 해외 펀드와 적립식 국내 펀드로 갈아탔다. 펀드로 최근 몇 달 만에 20% 이상 수익을 올렸다는 직장 동료의 투자 무용담을 듣고 나니 연 4~5%의 저축은 손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요즘 김씨처럼 예.금을 깨고 펀드로 갈아타는 사례가 늘고 있다. 하지만 예.적금 중도 해지는 신중하게 따져보고 결정해야 한다. 만기 이전에 해지하면 약정 이자보다 훨씬 낮은 중도해지 이자율이 적용되기 때문이다. 통상 가입 후 15일 미만이면 0%,가입 후 3개월 미만 0.5%,1년 미만 1%,1~5년이면 2%가 적용된다.

특히 고수익 가능성만 믿고 펀드에 '묻지마 투자'를 하는 것은 금물이라는 지적이다. 고수익의 이면에는 원금손실이란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저축을 깨는데도 순서가 있다

굳이 예.적금을 깨서 펀드로 가입하려면 우선 가장 최근에 가입한 상품을 해약하는 것이 유리하다. 가입한 지 오래 지난 상품일수록 중도해약할 경우 이자 손해가 많기 때문이다. 특히 요즘엔 양도성예금증서(CD) 연동형 정기예금이나 회전식 정기예금 등 시장금리에 따라 예금금리가 바뀌는 일부 상품 중 일정 기간이 지나면 중도해지 이자율을 적용하지 않고 정상 금리를 그대로 주는 상품들이 있다. 회전기간을 점검해 일단 회전기간을 넘긴 뒤 해약을 하면 손해가 없다.

만일 같은 만기와 잔여기간을 가진 예금에 가입해 있다면 당연히 금리가 낮은 것을 먼저 깨야 한다.



◆절대 깨지말아야 할 상품

중도에 절대로 해약하지 말아야 할 상품도 있다. 소득공제 혜택을 받는 연금저축과 장기주택마련저축 등이 대표적이다.

연금저축은 연간 300만원 한도 내에서 적립금액의 100%에 대해 소득공제 혜택을 받는다. 예컨대 연소득 2000만원인 직장인이 월 25만원씩 적립했다면 54만원가량의 세금을 돌려받는다. 이자에 세금 환급액을 감안하면 연 20%가 넘는 금리 효과다. 하지만 중도 해지하면 그동안 받은 소득 공제 혜택을 물어내야 하는 데다 5년 이내에 중도 해지하면 원금에 대해 해지가산세 2.2%도 추가로 부과돼 막대한 손실을 볼 수 있다.

장기주택마련저축도 비과세에다 연말정산시 소득공제 혜택까지 볼 수 있는 대표적인 절세 상품이다. 하지만 가입 후 5년 내 해약할 경우 환급받은 세금을 전액 반환해야 하며 7년 내 해약시에는 비과세 혜택도 볼 수 없다.

가입 때 부가 서비스로 무료 상해보험이나 암보험 가입 혜택을 준 상품들도 별도의 보장성 보험에 가입하지 않았다면 가급적 중도에 깨지 않는 게 좋다. 이런 상품들을 깨기보다는 예금담보대출을 활용해 저렴한 대출을 받아 투자하는 것이 낫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유병연 기자 yoob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