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 신자들이 성모 마리아에게 묵주 기도를 드릴 때 사용하는 '묵주반지'.

20여년 가까이 이 반지를 생산해온 A씨와 판매업자 B씨는 도매상인 C씨로부터 어느 날 갑자기 고소를 당했다.

이들이 생산·판매하는 묵주반지가 C씨의 저작권을 침해했다는 것이다.

C씨가 부인 이름으로 등록한 저작물(응용미술저작물)은 '십자무늬 묵주반지'와 '장미계단 묵주반지'.

그러나 피고인 측은 묵주반지가 통상 둥근 반지 형태에 1개의 십자가와 10개의 돌출된 묵주알을 갖고 있다는 점과 돌출된 묵주알에는 보통 일정한 문양이 새겨져 있거나 보석이 박혀 있다는 점을 들어 저작권 침해가 아니라고 항변했다.

이에 대해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부는 1심에서 유죄를 선고받고 벌금형을 선고받았던 피고인들에게 "10개의 묵주알 형태 및 문양 그 어느 것 하나 C의 창작물로서 위 각 묵주반지와 구분돼 '독자성'을 인정할 수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지난해 원심을 파기했다.

현재 이 소송은 대법원에 계류 중이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등으로 지식재산권에 대한 관심이 어느 때보다 높다.

특히 저작권은 논란의 핵심이다.

기본적으로 남의 창작물과 동일하지 않거나 베낀 것이 아니라면 모두 포괄적인 의미에서 창작물로 인정되기 때문이다.

저작권은 1908년 베른협약 이후 세계 주요 국가들이 '무방식주의'를 채택하고 있다.

등록이나 다른 절차를 거치지 않아도 창작하는 순간부터 저작물에 대한 포괄적인 권리가 부여되는 것이다.

보호 기간도 그동안 '저작자 사후 또는 저작물 발표 이후 50년'이었으나 최근 체결된 한·미 FTA에서는 70년으로 늘어났다.

저작권 전문 임상혁 변호사는 "디자인이나 의장등록 관련 소송 등에 저작권법 위반 혐의를 일단 추가로 넣고 보는 경우도 많다"고 지적한다.

이에 따라 최근에는 디지털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UCC(사용자제작콘텐츠) 등이 양산되면서 창작과 동시에 포괄적 권리를 자동 부여하는 방식을 탈피해 등록한 저작물에 한해 보호를 해주자는 '저작물 등록제' 도입에 대한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똑같은 지식재산권이라도 산업재산권으로 분류되는 특허나 실용신안권,디자인권,상표권은 등록과 심사,공고 등의 절차를 거쳐 독점적인 권리를 얻게 돼 그나마 상황이 나은 편이다.

그러나 여전히 기업들은 부담감이 크다.

여성 의류를 생산·판매하는 중소기업 D사는 지난해 상표와 새로운 브랜드를 만드는 데 애를 먹었다.

웬만큼 생각해낼 수 있는 상표들은 이미 무더기로 선점이 돼 있기 때문.물론 이미 등록이 돼 있다 해도 3년 동안 사용을 하지 않은 상표권의 경우 '불사용 취소심판'을 내자면 다시 시간과 비용이 들어간다.

대기업도 예외가 아니다.

2005년 2월 그룹 출범과 함께 미국 랜도사에 로고 제작을 의뢰한 GS그룹은 유사한 상표를 이전부터 사용해온 중견 무역업체 삼이실업과 지금까지 소송을 벌이고 있다.

한화그룹도 지난해 말 뉴욕의 세계적인 산업디자이너 카림 라시드씨가 만든 새 로고 '트라이서클'이 미국 석유화학 업체 인비스타로부터 경고장을 받은 바 있다.

해명은 됐지만 하마터면 거액을 들인 로고가 해외 시장에서 사용되지 못할 뻔했다.

안소영 대한변리사협회 공보이사는 "국내 기업들이 일단 중국에 진출한 후 시장을 어렵게 개척해 자사 브랜드 및 상표를 어느 정도 알린다고 해도 이를 베껴 먼저 등록한 중국 업체에 거꾸로 당하는 사례가 많다"며 "갈수록 국내외에서 지재권 소송은 늘어날 게 자명한 만큼 기업들은 초기 단계부터 전문가의 조언을 듣거나 철저하게 준비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문혜정 기자 selenm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