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말은 한국말인데 무슨 외국어처럼 들려."

인천지방검찰청의 안성희(사법시험 44회)검사는 법조인이 아닌 친구들과 오랜만에 만나 얘기하다 보면 이 같은 말을 듣곤 한다.

일상대화에서도 무의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법률용어를 섞어 쓰는 탓이다.

가끔은 '아니할 수 없고' 같은 판결문에서나 쓰일 법한 문어체 표현을 써 상대를 당황스럽게 만들기도 했다.

서산지청의 이유선(44회)검사는 남편과 언쟁을 하다보면 자꾸 추궁하는 말투로 얘기하게 돼 남편의 볼멘소리를 들어야 했다.

"피의자를 다루는 듯해 기분 나쁘다"는 것.

하지만 두 검사 모두 최근 법무연수원에서 열린 '공판기법 강화 세미나'를 통해 어렵고 심문하는 듯한 말투를 보다 명확하고 이해하기 쉬운 말투로 바꿨다.

'공판기법 강화 세미나'는 대검찰청이 검사들의 공판 능력을 높이려고 공판검사 48명을 대상으로 마련한 2박3일의 세미나.

공판중심주의의 도입과 국민참여재판제도의 시행으로 검사의 말하기 능력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지기에 마련한 교육과정이다.

지금껏 '잘 쓰기' 능력을 기르는 데 치중해 왔던 검사들이 '잘 말하기' 기술을 배운 소감은 어떨까.

아무리 검사라고 해도 많은 수의 배심원들 앞에서 말하는 것이 떨리기는 일반인과 마찬가지. 이유선 검사는 "다수의 배심원들 앞에서 말하려고 하니 그렇게 긴장될 수 없다"며 "원래 남들 앞에서 말하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 그래도 세미나를 통해 연습을 하다보니 조금은 익숙해졌다"고 말했다.

이 검사는 평상시에는 회의 시간마다 일부러 발언을 자청해 '무대공포증'을 극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한다.

재판이 '말' 중심으로 바뀔 경우 '쇼'로 전락하지 않겠느냐는 문제제기도 있다.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준비한 서면으로 잘잘못을 가리는 재판에 비해 아무래도 가벼워지고 즉흥적이 되지 않겠냐는 지적이다.

이 검사는 이에 대해 "쇼와도 같은 재판과정을 통해 배심원단의 판단이 흔들리는 등 문제점도 분명 존재하겠지만 법정에서 말을 많이 해야 한다는 것은 그만큼 자세히 알고 있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보다 심도있고 깊이있는 재판이 될 수 있는 측면이 더 크다"고 말했다.

박민제 기자 pmj5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