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의 위상이 끝을 모르고 추락하고 있다.

28일 삼성전자의 유가증권시장 대비 시가총액 비중은 지난 1999년 10월 이후 8년여만에 처음으로 10% 아래로 밀려났다.

오전 10시52분 현재 삼성전자의 시가총액은 80조8670억원(시총 비중 9.87%)을 기록하고 잇다.

코스피 지수가 삼성전자의 부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연일 사상 최고치 행진을 이어가면서 삼성전자가 주식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은 이미 사라진지 오래다.

한때 20%를 넘어서며 국내 증시의 대표적인 '큰형님'으로 군림했던 삼성전자의 몸집이 쪼그라드는 동안 2위로 올라선 POSCO의 시총 비중은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POSCO의 현재 시총 비중은 4.56%(37조4030억원)다.

이 두 종목의 위상 변화는 국내 증시에서 일어나고 있는 新경제(IT)의 부진과 舊경제(철강, 금속, 소재)의 부활을 극명하게 나타내고 있다.

증시 전문가들은 글로벌 경제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늘어나면서 중국의 성장에 따른 수혜가 집중되는 철강과 기계 등 산업재 부문으로 시장의 중심이 이동해가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그 동안 호황을 누려왔던 IT 산업이 일부 성장의 한계에 봉착한 가운데 새로운 수요처가 탄생하면서 실적 호조를 이어가고 있는 산업재 등이 새로운 주도주로 부상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한편 삼성전자는 그룹 전자 계열사들 중에서도 유달리 부진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이미 성장 정체 국면에 접어든 삼성SDI는 그렇다 치더라도, 긍정적인 평가에도 불구하고 좀처럼 힘을 받지 못하던 삼성전기에게마저 밀리는 모습이다.

삼성전기의 주가는 지난 2005년 상대적 약세에서 벗어나기 시작해 2년간 두배 가까이 상승했다.

1분기 실적 부진 우려로 올 초 다소 밀려나며 부진한 흐름을 보였지만 실적 개선 기대감에 신사업 모멘텀까지 겹치면서 지난 3월 이후 다시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디지털 카메라 시장에서 뚜렷한 두각을 나타내며 성장세를 거듭하고 있는 삼성테크윈 역시 2005년 1만원대였던 주가가 2년 반만에 다섯배 가량 뛰었다.

최근 들어선 상승 탄력에 한층 더 가속도가 붙는 모습이다.

반면 지난해 초를 정점으로 주춤주춤 뒷걸음질쳤던 삼성전자는 지난 18일 지지선으로 여겨졌전 55만원마저 하회하며 맥을 추지 못하고 있다.

대우증권은 최근 분석 보고서를 통해 삼성전자의 본격적인 반등을 위해서는 미국의 컴퓨터 및 전자제품 업체들의 출하 증가율이 늘어나는 등 수요 회복이 필요하다고 지적한 바 있다.

D램 업황의 부진이 지속되는 한 삼성전자의 주가가 반등의 실마리를 찾기 어려울 것이란 점도 이미 공통된 의견이다.

현대증권 김장열 연구원은 "대만 등 후발 반도체 업체들이 버티기 전략을 포기하고 반도체 업계가 스스로 공급량을 줄이지 않으면 업황 회복은 불가능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대우증권 박중재 연구원은 "대만 D램 업체들이 생산량을 줄이기 위해선 대만달러의 약세라 멈춰야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경닷컴 강지연 기자 sere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