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나가던 중국 증시에 조정이 올까. 앨런 그린스펀 전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이 지난 23일 중국 증시의 폭락 가능성을 경고함에 따라 잇단 버블(거품) 붕괴에도 불구하고 치솟던 시장의 조정 가능성에 투자자들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저우샤오촨 중국 인민은행 총재 등 당국자들의 잇단 경고 발언에다 금리 인상 등의 긴축 조치까지 나온 상태에서 그린스펀 전 의장마저 찬물을 끼얹어 시장이 강세를 이어갈 수 있을지 주목된다.

외국인들이 투자할 수 있는 상하이 증시의 B주 지수는 이미 지난주 후반부터 약세를 지속,24일에도 8%나 떨어졌다. 이 같은 급락이 버블 붕괴의 전초전인지 아니면 단기 급등에 따른 자연스런 급락인지는 아직 불투명하다. 중국 하이둥증권은 이날 보고서에서 "B주 시장의 급락은 단기 급등에 따른 차익 실현의 차원"이라고 분석했다.

B주 시장의 경우 그동안 내국인 전용 A주 시장과의 통합 가능성이 거론되면서 급등세를 지속했었다.

B주 지수와 달리 A주 지수는 이날 0.47% 하락에 그쳐 상대적으로 강한 모습을 보였다. 그린스펀 전 의장의 발언이 약간의 영향을 미쳤다고 할 수 있지만 투자자들의 뜨거운 열기가 쉽게 식지 않을 가능성을 보여줬다.

중국 증시에 상승 에너지를 제공하는 개미 군단이 투자하는 A주 시장은 정부의 각종 버블 경고와 긴축 정책에도 불구하고 강한 상승세를 연출했다.

스님,열 살짜리 초등학생 등등 나이와 계층을 가리지 않고 대륙 전체가 주식 광풍에 휩싸였고 증권사 객장은 연일 발 디딜 틈이 없다.

컴퓨터로 시세를 조회하기 위해 늘어선 줄이 끊이지 않자 '한 사람이 세 종목 이상 검색 금지'라는 표지판을 내건 증권사가 생길 정도였다.

이 같은 투자 열풍은 '비이성적이며 시장 거품의 주요 원인'이라는 우려를 끊임없이 낳았다.

그러나 최근 들어 신규 계좌 개설 수가 줄어드는 등 급등하는 주식 시장에 대한 우려가 투자자들 사이에서도 퍼지고 있는 상황이었다.

결국 급락에 대한 우려감이 투자자들 사이에도 조금씩 있다는 이야기다.

최영진 한화증권 상하이지점 소장은 "무분별하게 투자 대열에 뛰어든 사람이 많기 때문에 한 번 하락세로 기울면 조정의 폭과 기간을 가늠하기 어렵다"며 "그러나 조정이 이뤄진다면 그동안 당연히 거쳐야 할 과정이 생략된 것이기 때문에 중·장기적으로 시장에 효자 노릇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9월 공산당 대회와 내년 올림픽을 감안한다면 2분기 외에는 시장이 조정받을 기간이 없다는 점에서 조정이 오히려 바람직하다고 지적했다.

중국 정부 역시 급등만큼이나 급락을 원하지 않고 있다.

시장에서 주식차익 과세설이나 거래세 인상설 등의 루머가 돌 때마다 발빠르게 이를 부인,투자자들을 안심시키고 있다.

당국자들은 잇따라 경고 사인을 내보내면서도 한편으로는 시장이 동요하는 것 또한 적극 방어하는 모습이다.

또 의도한 바는 아니지만 미·중 경제전략회의에서 외국인의 A주 투자 한도를 300억달러로 세 배 늘려 주기로 한 것도 시장에는 호재다.

하루 거래 규모가 아시아시장 전체 거래액의 절반을 차지할 정도로 세계 증시의 '빅 브러더'로 떠오른 중국 증시의 약세 전환이 세계 증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베이징=조주현 특파원 fore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