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미술시장이 유례 없는 동반 호황을 맞고 있다.

국제 금융권의 유동 자금이 미술 시장으로 유입되고 있는 데다 중국을 비롯 인도 러시아 등 신흥 경제개발국의 부호들이 크게 늘어 미술 시장의 새로운 '큰손'으로 떠오르면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세계적 아트펀드 회사인 영국 '파인 아트펀드' 및 한국의 미술품 경매업체 서울옥션에 따르면 지난해 세계 미술 경매시장 낙찰 총액은 소더비의 4조722억원을 비롯 크리스티의 3조4689억원,중국 1조9944억원,일본 1494억원,한국 600억원 등 10조원에 육박했다.

2005년에 비해 26.9% 늘어난 규모다.

상업 화랑 거래까지 합하면 12조원 넘는 자금이 미술 시장에 들어온 것으로 추산된다.

올 들어서도 '뭉칫돈' 유입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2월 런던 소더비와 크리스티 경매에서 사상 최대의 낙찰 실적(5400여억원)을 기록했고 이달 16일과 18일 각각 열린 뉴욕 소더비와 크리스티 경매에서 총 5600여억원의 미술품이 팔려 나갔다.

이 같은 추세라면 올해 미국 유럽 아시아 등 세계 미술품 경매 거래 총액은 13조원을 웃돌 전망이다.

미술품 거래 가격 역시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파인 아트펀드가 시장에서 거래되는 주요 작가 작품을 기준으로 산정한 작년 세계 미술품값 평균 상승률은 25.4%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해 미국 다우존스공업 평균 주가지수 상승률(14.8%)보다 높은 수준이다.

특히 미국에서 거래된 작품의 가격 상승률은 32%,한국은 33%에 달했다.

미술 시장에 이처럼 많은 자금이 유입되면서 최고 낙찰가 행진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11월 뉴욕 크리스티 경매에서 미국 추상표현주의 작가 잭슨 폴록의 '넘버 51948'이 사상 최고가인 1억4000만달러에 팔렸다.

오스트리아 화가 구스타프 클림트의 1907년작 '아델로 블로흐 바우어의 초상'(1억3500만달러)이 최고가를 경신한 지 반 년도 채 되지 않아 다시 최고가의 주인공이 바뀐 것이다.

지난 한 해 동안 경매 시장에서 100만달러 이상에 낙찰된 작품만도 801점으로 전년에 비해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

새로 주목받는 아시아 미술시장은 중국이 주도하고 있다.

중국에서는 자더 한하이 등 모두 157개 경매회사를 통해 지난해 1조9944억원 상당의 작품이 거래됐다.

최근엔 가격 거품 논쟁이 일면서 잠시 주춤한 모습이지만 중국 미술시장의 성장 잠재력은 여전히 큰 상태다.

한국 경매시장도 올해는 1000억원 이상으로 커질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하고 있다.

한편 '세계 미술시장 현황과 전망'을 주제로 컨퍼런스(25일,K옥션·하나은행 공동 주최,서울 삼성동 그랜드인터컨티넨탈호텔)를 갖기 위해 방한한 필립 호프먼 파인아트펀드 대표는 미리 공개한 자료를 통해 "러시아 중동 인도 등 기술정보 산업으로 돈을 번 신흥 부유층들이 미술품 투자를 시작했다"며 "헤지 펀드를 비롯 아트펀드,금융권 자금 등이 가세하면서 세계 미술시장은 급팽창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