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超) 미니 스커트 아니면 발목까지 오는 롱 스커트'.올 여름 여성들의 치맛자락은 극과 극을 오갈 것으로 보인다.

무릎을 기준으로 한 '모호한 길이'의 치마는 점점 사라지는 추세다.

액세서리류에서도 양극화 경향이 두드러지고 있다.

평평한 바닥의 신발(플랫슈즈)과 함께 '킬 힐(kill hill)'이라 불릴 정도로 높은 굽의 신발이 함께 인기를 끌고 있는 게 대표적인 사례다.



◆'1980년대로의 회귀?' 더 짧아지는 치마 길이

무더위가 예년보다 빨리 찾아오면서 거리엔 벌써부터 짧은 치마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신원의 여성복 브랜드인 비키의 이선화 디자인 실장은 "작년부터 시작된 미니 스커트의 유행이 본격화되고 있다"며 "길이가 더욱 짧아져 섹시하고 발랄한 면이 강조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바지도 마찬가지다.

이 실장은 "미니 반바지(핫 팬츠) 열풍도 거세다"며 "속옷으로 착각할 만큼 극도로 짧아진 미니 반바지는 기본이고 정장 바지를 그대로 자른 듯하게 디자인된 제품,긴 팬츠를 접어서 짧게 만든 것처럼 보이는 롤업(roll-up) 형태의 짧은 바지 등 다양한 제품이 나왔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미니 스커트 열풍에 대해 1980년대로의 복귀로 해석한다.

조연숙 삼성패션연구소 과장은 "1980년대는 여성의 사회 진출이 가장 활발했던 시기로 남성과 동등한 지위를 얻고 싶은 여성의 욕구가 패션으로 표현되면서 활동성이 두드러지는 패션 아이템들이 많았다"며 "미니 스커트를 비롯해 파워수트(어깨 볼륨이 강조된 재킷),레깅스 등이 당시 유행을 탔다"고 말했다.

미니 스커트 못지않게 롱 스커트가 잘 팔리는 것도 올 들어 두드러진 현상이다.

G마켓에서 최근 한 달간 판매된 스커트를 분석한 결과 미니와 롱 스커트의 판매량이 각각 8만6000여건과 10만여건에 달한 것.특히 롱 스커트의 전년 대비 판매량 증가율은 90%로 미니 스커트(25%)를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한 업계 관계자는 "유명 브랜드 의류업체들이 내놓는 신상품은 대부분 미니 스커트 위주인 데 비해 온라인 쇼핑몰쪽에서는 소녀풍의 저렴한 롱 스커트가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간'이 사라지는 패션 시장


전문가들은 무난하거나 모호한 사이즈가 패션시장에서 사라지는 게 요즘 추세라고 입을 모은다.

조연숙 과장은 "재킷만 해도 보통 허리까지 내려오는 게 일반적이었으나 최근엔 허리선이 보일 수 있도록 밑선이 허리 위로 올라가거나 아니면 극단적으로 히프를 덮는 제품이 나오고 있다"고 소개했다.

'상의는 허리,하의는 무릎이 기준선'이라는 통념이 무너지고 있다는 얘기다.

소품 시장에서도 양극화 현상을 확인할 수 있다.

가방의 경우 손바닥 크기만한 '클러치 백' 아니면 여행 가방을 연상케 할 정도로 큰 '빅 백'이 대세를 이루고 있는 것.조 과장은 "여성 성이 강조되는 시기엔 무난한 스타일이 인기를 끌었지만 요즘처럼 여성의 활동성이 인정받고 있는 때엔 크기,길이 등 어떤 면에서라도 독특한 스타일이 주목을 받고 있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