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주들이 긴 동면에서 깨어난 하루였다.

23일 제약주들은 기관의 매수세가 대거 유입되며 장 초반부터 강세를 보였다.

지난 16일부터 슬금슬금 오르던 제약업종은 이날 마침내 수면 아래 있던 에너지를 터뜨리는 모습이었다.

그 동안 증권사의 제약담당 애널리스트들이 제약주가 저평가 됐으니 사야 한다고 지속적으로 보고서를 냈음에도 불구하고 코웃음을 치던 시장이 드디어 움직인 것이다.

이날 의약업종 지수는 4.63%나 올랐다.

신고가 종목들도 쏟아졌다.

동화약품, 동성제약, 한독약품, 제일약품, 부광약품, 일성신약, 현대약품, 일양약품, 광동제약 등이 모두 52주 신고가를 기록했다.

유한양행한미약품 등 제약주 선두 기업도 각각 6.42%, 5.79% 올랐다.

대웅제약이 9%대, 종근당, 동화약품, 영진약품 등이 8%대 급등했다.

삼일제약은 상한가까지 치솟았다.

이날 SK증권은 “제약주들이 1년 5개월간 과도한 조정을 받은 만큼 이제 상승할 때가 됐다”는 보고서를 냈다.

한미 FTA와 정부의 약제비 억제정책 등 악재가 겹쳤기 때문에 힘을 쓰지 못했다는 설명이었다.

그러나 이제 저평가 국면에 접어든 만큼 살 때가 되었다는 분석이었다.

하태기 SK증권 애널리스트는 “제약사들의 영업이익이 늘어나고 있으며 장기 성장 비전도 충분하다”고 봤다.

대한투자증권에서도 “제약주의 상승은 이제부터가 시작”이라며 거들었다.

조윤정 대투증권 애널리스트는 “하반기 제약업체들의 실적 모멘텀이 상반기보다 강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1분기에 신제품 출시가 많았고, 대형품목들의 매출이 본격적으로 나오고 있다는 것.

여기에 한미FTA와 정부의 약제비 적정화 방안 등 정책관련 악재들이 이미 주가에 반영된 상태라는 의견이다.

조 애널리스트는 제약주가 다른 내수주들에 비해 저평가된 만큼 투자매력이 높다고 분석했다.

제약주는 다른 내수주와 비교해 매출성장률, 영업이익률, 자기자본이익률(ROE) 등이 내수업종 평균을 웃돌지만 주가수익비율(PER)은 내수업종 평균을 밑돌고 있다는 설명이다.

한경닷컴 이혜경 기자 vix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