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음료업체들이 '웰빙'붐을 타고 프리미엄 제품을 내놓거나 성분과 포장을 리뉴얼하는 방식으로 인기 스낵·과자와 음료 가격을 우회 인상하고 있다.

일부 인기제품은 원맥과 원당 등의 국제시세 급등으로 별도의 리뉴얼 없이 가격을 올리는 사례도 잇따르고 있다.

이에 따라 500원짜리 동전으로 사먹을 수 있는 과자는 거의 사라졌고,인기 음료수는 1000원짜리도 찾기 힘들어졌다.

서울지역 마을버스 요금이 지난달부터 500원에서 600원으로 인상된 데 이어 웬만한 스낵이나 음료가격도 줄줄이 인상됨에 따라 500원짜리 동전은 이제 거스름돈 용도로 밀려나고 있는 것.

22일 편의점 GS25가 전국 매장에서 많이 팔리는 과자 30개를 조사한 결과 판매가 500원 이하는 라면스낵과 치토스 바비큐맛,태양의 맛 썬,칸초 등 6개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1000원 이상은 12개(40%)에 달했다.

가장 많이 팔리는 새우깡은 700원이고 2∼4위인 자갈치스낵,오징어집,꽃게랑은 600원씩 받고 있다.

음료수도 이날 현재 훼미리마트에서 많이 팔리는 26개 제품 중 500원 미만은 전혀 없고,1000원 미만도 5개(19.2%)뿐이다.

인기 제품인 남양유업 17차와 광동CVS의 옥수수수염차는 각각 1200원,스타벅스 모카커피는 2900원이다.

이처럼 주요 스낵과 음료가격이 비싸진 것은 해당 기업들이 갖가지 이유로 출고가를 올리고 있어서다.

농심은 3월부터 새우깡 가격을 600원에서 700원으로 올리는 등 20가지 제품값을 15∼20% 인상했다.

오리온과 롯데제과는 초코파이 한 상자 가격을 2400원에서 2800원으로 16.6% 각각 올렸다.

음료업체들은 올 들어 '고 기능성'을 내세워 차와 커피들을 대부분 1000원 이상에 내놨다.

스타벅스 컵커피 디스커버리즈는 200㎖에 1800원,동아오츠카의 검은콩 음료 블랙빈테라피 310㎖ 들이와 동원F&B의 부드러운 L녹차 380㎖ 들이는 각각 1500원이다.

다이어트 효과 등이 뛰어난 기능성 음료라는 게 높은 가격에 출고하는 이유다.

업계 관계자는 "원자재값이 오른데다 인건비도 상승해 가격 인상 요인이 발생했다. 여기에다 마진을 높이기 위해 고급제품을 내놨다"고 설명했다.

국내 최장수 아이스크림인 해태제과 '부라보콘'은 지난해 4월 포장지 등을 바꿔 리뉴얼한 제품을 내놓으면서 소비자가격을 800원에서 1000원으로 올렸다.

500원짜리 동전, 이젠 쓸 곳이 없다...마을버스 요금 이어 과자.음료수값도 줄줄이 인상
그렇지만 여름철 성수기인 5월부터 8월까지 매출이 310억원에 달해 2005년 같은 기간(180억원)에 비해 72%나 늘었다.

올 여름 대목에는 매출 목표를 400억원으로 잡고 1992년 롯데제과 '월드콘'에 내준 왕좌를 탈환할 기대에 부풀어 있다.

장덕현 해태제과 아이스크림팀장은 "가격을 인상했지만 하트무늬가 그려졌던 옛 포장을 버리고 감각적인 원색 디자인으로 전혀 다른 느낌을 준 게 소비자들의 호응을 얻었다"고 말했다.

롯데칠성음료의 델몬트 주스도 상황은 비슷하다.

1월 스카시플러스100 포장을 바꾸고 가격을 2500원에서 2800원으로 올렸다.

그러나 매출은 월 평균 6억5000만원에서 8억원 수준으로 20% 이상 늘었다.

농심 새우깡 매출도 2월 45억원에서 인상 후인 3월엔 49억원으로 증가했다.

업계 관계자는 "물가 상승률을 고려하면 인상 폭이 그리 높지 않다"며 "소비자들은 가격보다 품질과 디자인에 더 신경을 쓴다"고 말했다.

그러나 소비자시민모임의 한 관계자는 "과자와 음료수가 어린이들이 사 먹기에는 너무 비싸졌다"며 "언뜻 이해할 수 없는 성분 몇 가지를 바꿨다는 이유로 사실상 가격을 우회 인상하는 관행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