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권 大해부-3부 지역상권] (12) 청주 성안길‥10~40대 아우르는 구도심 쇼핑메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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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 청주 지역을 대표하는 성안길 상권은 서울의 명동과 같은 쇼핑상권이다. 이 상권은 행정구역상 문화동,서운동,석교동,남문로 1ㆍ2가,북문로 1가 등이 두루 포함돼 있다. 이 중 핵심 상권은 북문로 1가와 남문로 2가에 걸쳐 있다. 중년의 주부들이 주 고객인 재래시장(육거리시장)뿐만 아니라 젊은층을 겨냥한 패션 상점가가 한 길로 이어져 청주에서 유동인구가 가장 많은 곳이다.
1980년대 후반 이후 대현지하상가(87년 개설) 청주백화점(89년) 흥업백화점(91년) 등 대형 상가건물이 핵심 지역과 외곽에 잇따라 문을 열면서 성안길은 더욱 팽창했다.
그러나 1990년대 중반 이후 청주시 서부 지역을 중심으로 대규모 택지개발이 이뤄지면서 아파트단지를 배후로 신흥상권들이 조성되기 시작했다. 여기에 이마트(97년) 농협하나로마트(98년) 등 대형 마트까지 택지개발지구에 생기면서 성안길을 자주 찾는 소비자들이 다소 줄고 있는 양상이다.
1km 길이의 성안길을 중심으로 양쪽 도로변에는 500여 개의 의류 잡화 등 패션점들이 몰려 있다. 인구수가 60여만명으로 비슷한 전주시의 객사길과 비교,상권의 소비력은 훨씬 뛰어나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상인들은 "3년 전에 비해 매출이 10~20% 정도 줄었지만 아직은 먹고 살 만하다"며 여유있는 표정이다.
패션점에 비해 음식점이나 주점이 상대적으로 부족해 오후 10시 이후에는 소비자들이 썰물처럼 빠져나간다. 이 때문에 음식점들은 낮 시간대 장사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프랜차이즈 죽 전문점 '본죽'은 평일 낮시간대임에도 불구하고 20평 규모의 매장 안이 손님들로 꽉 차 있었다. 매장 관계자는 "이 동네는 주로 의류점이 많은 게 특징인데 쇼핑을 하다가 허기를 채우기 위해 오는 주부들이 대부분"이라며 "객단가(1인당 소비지출액)는 7000원 안팎으로 하루 평균 200명 이상이 온다"고 말했다.
성안길 도로변 2층에 있는 '팔레돈까스'의 채종준 사장은 "주변 금촌동과 부평동으로 상권이 분산되는 조짐은 있으나 청주에서 쇼핑할 곳은 성안길 상권밖에 없어 주말에는 젊은이들로 인산인해를 이룬다"고 말했다. 그는 "하루 매출은 100만~150만원을 오르내리며 가게 시세는 보증금 2000만원에 월세 300만원"이라고 덧붙였다.
주변 회사원들이 주 고객인 '본점 해물갈비찜'은 45평 규모에 보증금 2000만원,월세 180만원을 주고 있다. 하루 평균 매출은 60만원으로 젊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매운 맛 갈비찜을 개발해 지난해보다 매출이 10% 이상 늘었다. 매장 관계자는 "평일에는 회사원,주말에는 20대 젊은층 공략을 위해 매운 맛 메뉴를 개발하게 됐다"며 "저녁 시간에는 손님이 뜸해 낮 장사를 어떻게 하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의류점은 성안길의 주 업종으로 가장 경쟁이 치열하다. 지난해 9월 문을 연 의류점 콕스의 김미정 매니저는 "젊은층이 많이 오는 주말 매출이 평일보다 두 배 많이 나온다"며 "의류점이 많아 상품이나 매장 인테리어 등에서 경쟁력이 없으면 퇴출당하기 십상"이라고 말했다. 4만~10만원의 티셔츠와 바지 등을 팔고 있는 50평 규모의 이 매장은 하루 평균 400만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이면도로변에 있는 의류점들은 주로 40대 이상 중년층을 겨냥한 옷을 내놓고 있다. 10평 규모의 '의류로' 관계자는 "중년층 옷 장사는 철저한 인맥과 단골손님 관리로 이뤄진다"며 "매년 10%씩 매출이 줄어들어 걱정"이라고 말했다.
1020세대들이 선호하는 옷과 잡화 등을 파는 '롯데 영플라자'가 성안길 상권 외곽에 들어선 것도 유동인구가 다소 증가한 요인으로 꼽힌다. 지하 2층~지상 7층,영업면적 1838평 규모의 영플라자 청주점에는 유명 패션잡화와 화장품,스포츠용품,캐주얼 의류 등 110개의 브랜드가 입점해 있다. 롯데 측은 성안길에 소비 성향이 강한 젊은이들이 많이 모이는 점을 감안,연간 600억원 안팎의 매출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인근 부동산중개업소 관계자는 "성안길 상권은 청주 전 지역으로 가는 버스노선이 통과하는 데다 지하상가도 인접해 있어 불경기에도 불구하고 꾸준히 매출이 오르는 곳"이라며 "유흥업소가 발달하지 못해 상권이 더 확대되기는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장성호 기자 ja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