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데스크] 이기태 부회장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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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연락을 드립니다.
올해 승진하시어 수원사업장으로 가신 뒤엔 좀처럼 뵐 기회가 없었습니다.
얼마 전 삼성의 사장 한 분이 제게 이런 비유를 했습니다.
"삼성이라는 수도꼭지를 틀면 아직도 물이 콸콸 쏟아진다.
그 물로 밥을 짓고 샤워도 마음껏 한다.
하지만 저 위쪽의 수원지(水源地) 몇 곳은 점점 말라가고 있다…."
과연 그런 겁니까.
삼성댐의 수위는 점점 낮아지고 있는 중입니까.
삼성전자의 최고기술책임자(CTO)로서 신수종사업 발굴을 책임지고 있는 이 부회장께 여쭙고 싶습니다.
삼성은 이제 무엇을 먹고 살아갈 것입니까?
참으로 해묵은 화두요,이건희 회장 같은 분도 쉽게 풀지 못하는 난제지만 '시절이 몹시 수상(殊常)하다' 보니 이런 질문을 드리게 됩니다.
시장은 정말 무섭습니다.
좀처럼 초과 수익을 허용하지 않습니다.
돈이 된다 싶은 비즈니스엔 어김없이 공급 과잉 현상이 빚어집니다.
D램 시장을 보십시오.올 들어 70% 이상 폭락했습니다.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가격경쟁력을 갖고 있다는 삼성전자 반도체총괄 조차 걱정이 태산입니다.
반도체총괄이 지난 3년 동안 무려 18조원의 이익을 쓸어담은 기억을 떠올려 보면 분명 삼성의 위기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또 한가지 분명한 사실은 D램 공급 과잉이 해소된다고 해서 과거와 같은 호시절로 돌아가지는 않을 것이라는 점입니다.
일단 증강된 생산 능력은 시장이 좋아지면 금세 복원되는 성격을 갖고 있고,경쟁자들 또한 고통을 견디는 힘을 갖고 있기 때문입니다.
사실 반도체 시장에만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은 아니지요.
이 부회장께서 7년이나 이끄셨던 정보통신총괄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삼성이 애니콜 신화를 창출하며 세계시장을 질주하자 노키아 모토로라 소니에릭슨 LG전자 등으로부터 십자포화를 받지 않았습니까.
LCD나 PDP쪽은 훨씬 사정이 나쁘지요.
밀레니엄 특수를 누릴 것이라던 디지털 TV는 그야말로 속빈 강정이 됐습니다.
세트업체도,패널업체도 모두 고전하고 있습니다.
공급 과잉이든,아니면 수요 부진이 원인이든 제한된 영역에서 소수의 기업이 경쟁을 펼치는데도 좀처럼 돈을 벌기 어렵습니다.
상대도 죽을 힘을 다해 덤비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공급 과잉의 덫을 피할 수 있는 결론은 언제나 명확합니다.
"명품(名品)을 만들든지,아니면 세상에 없는 것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삼성은 어느 쪽을 가야 합니까.
둘 다입니까.
그렇다고 해도 우선순위는 있어야 할 것입니다.
이제 4000여명의 연구인력이 움직이고 있는 기술총괄 조직이 새로운 도전을 감행해야 할 시기가 온 것 같습니다.
한때 이 부회장의 승진 배경을 놓고 설왕설래가 있을 때 이건희 회장께서 해준 석명(釋明)이 생각납니다.
"잘 하니까 자꾸 올라가는 겁니다"라는 얘기 말입니다.
그 뒤로 모든 논란이 사라졌지요.
주제넘은 걱정이 많았습니다.
언젠가 뵐 날이 있겠지요.
늘 건강하시길….
조일훈 산업부 차장 jih@hankyung.com
올해 승진하시어 수원사업장으로 가신 뒤엔 좀처럼 뵐 기회가 없었습니다.
얼마 전 삼성의 사장 한 분이 제게 이런 비유를 했습니다.
"삼성이라는 수도꼭지를 틀면 아직도 물이 콸콸 쏟아진다.
그 물로 밥을 짓고 샤워도 마음껏 한다.
하지만 저 위쪽의 수원지(水源地) 몇 곳은 점점 말라가고 있다…."
과연 그런 겁니까.
삼성댐의 수위는 점점 낮아지고 있는 중입니까.
삼성전자의 최고기술책임자(CTO)로서 신수종사업 발굴을 책임지고 있는 이 부회장께 여쭙고 싶습니다.
삼성은 이제 무엇을 먹고 살아갈 것입니까?
참으로 해묵은 화두요,이건희 회장 같은 분도 쉽게 풀지 못하는 난제지만 '시절이 몹시 수상(殊常)하다' 보니 이런 질문을 드리게 됩니다.
시장은 정말 무섭습니다.
좀처럼 초과 수익을 허용하지 않습니다.
돈이 된다 싶은 비즈니스엔 어김없이 공급 과잉 현상이 빚어집니다.
D램 시장을 보십시오.올 들어 70% 이상 폭락했습니다.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가격경쟁력을 갖고 있다는 삼성전자 반도체총괄 조차 걱정이 태산입니다.
반도체총괄이 지난 3년 동안 무려 18조원의 이익을 쓸어담은 기억을 떠올려 보면 분명 삼성의 위기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또 한가지 분명한 사실은 D램 공급 과잉이 해소된다고 해서 과거와 같은 호시절로 돌아가지는 않을 것이라는 점입니다.
일단 증강된 생산 능력은 시장이 좋아지면 금세 복원되는 성격을 갖고 있고,경쟁자들 또한 고통을 견디는 힘을 갖고 있기 때문입니다.
사실 반도체 시장에만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은 아니지요.
이 부회장께서 7년이나 이끄셨던 정보통신총괄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삼성이 애니콜 신화를 창출하며 세계시장을 질주하자 노키아 모토로라 소니에릭슨 LG전자 등으로부터 십자포화를 받지 않았습니까.
LCD나 PDP쪽은 훨씬 사정이 나쁘지요.
밀레니엄 특수를 누릴 것이라던 디지털 TV는 그야말로 속빈 강정이 됐습니다.
세트업체도,패널업체도 모두 고전하고 있습니다.
공급 과잉이든,아니면 수요 부진이 원인이든 제한된 영역에서 소수의 기업이 경쟁을 펼치는데도 좀처럼 돈을 벌기 어렵습니다.
상대도 죽을 힘을 다해 덤비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공급 과잉의 덫을 피할 수 있는 결론은 언제나 명확합니다.
"명품(名品)을 만들든지,아니면 세상에 없는 것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삼성은 어느 쪽을 가야 합니까.
둘 다입니까.
그렇다고 해도 우선순위는 있어야 할 것입니다.
이제 4000여명의 연구인력이 움직이고 있는 기술총괄 조직이 새로운 도전을 감행해야 할 시기가 온 것 같습니다.
한때 이 부회장의 승진 배경을 놓고 설왕설래가 있을 때 이건희 회장께서 해준 석명(釋明)이 생각납니다.
"잘 하니까 자꾸 올라가는 겁니다"라는 얘기 말입니다.
그 뒤로 모든 논란이 사라졌지요.
주제넘은 걱정이 많았습니다.
언젠가 뵐 날이 있겠지요.
늘 건강하시길….
조일훈 산업부 차장 ji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