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필립스LCD가 10개월간 미뤄오던 설비 투자를 재개한다. 끝없이 악화하던 LCD 패널 시황이 최근 호조세로 돌아선 데 따른 것이다.

이에 따라 소재·장비업체 등 LCD 산업군 전체가 모처럼 활기를 띨 전망이다.

LG필립스LCD 고위 관계자는 20일 "이달 말 열리는 이사회에서 그동안 지연됐던 5.5세대 투자를 최종 확정할 가능성이 높다"며 "이르면 연말께 와이드 모니터와 노트북PC용 LCD 패널을 생산하는 5.5세대 라인이 가동을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특히 "투자금액을 당초 계획했던 1조5000억원보다 5000억원가량 늘려 잡았다"고 말했다. LG필립스LCD가 실적 부진을 털고 재차 공격 투자에 나서는 셈이다.

LG필립스LCD는 지난 1월 권영수 사장 취임 이후 약 4개월 동안 50인치 TV용 패널을 만드는 8세대에 투자할지,당초 계획대로 5.5세대에 투자할지를 놓고 저울질해왔다. 그러나 우선은 수익성이 좋은 5.5세대 라인에 투자하기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보인다. 윈도비스타 출시 효과로 5.5세대에서 생산하는 와이드 모니터용 패널 가격이 급등하면서 투자 결정을 앞당겼다.

회사 관계자는 "이번 이사회 안건에는 8세대 라인 투자 건은 상정조차 되지 않았다"며 "당초 투자 계획에 따라 5.5세대용 장비 납품을 준비한 협력업체에 대한 배려도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8세대만큼 과감한 투자는 아니지만 우선은 투자를 재개한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5.5세대 투자 확정으로 LG필립스LCD의 8세대 투자는 내년 이후로 미뤄질 공산이 크다.

50인치대 평판TV 시장에서 LCD 업계와의 일전을 준비하고 있는 PDP 업계는 다소나마 한숨을 돌리게 된 셈이다.

조일훈/유창재 기자 ji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