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이 "한나라당 대선 후보가 참여정부 주요 정책 중에서 안 하겠다고 부정할 정책이 몇 개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한나라당이 집권에 성공한다 해도 참여정부 경제정책을 되돌리지 못할 것이라는 자신감의 표현이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 측과 이명박 전 서울시장은 "참여정부 정책 중 몇 개 빼고는 다 고쳐야 한다","현 정부의 조세·규제정책은 3∼4년 뒤에 문제가 된다"고 정면 반박했다.

청와대와 한나라당 간 정책공방을 예고케 하는 대목이다.

◆노 대통령,"부정할 정책 몇개나 있을지"=노 대통령은 지난 19일 광주 무등산 기슭의 쉼터인 장불재에서 300여명의 지지자들을 상대로 즉석 연설을 했다.

노 대통령은 "참여정부 정책 중 한나라당이 끝까지 반대한 법은 국가보안법,사학법,개헌 정도"라며 "이것들 말고 (한나라당이) 딱 부딪쳐서 반대하는 법이 어떤 건지 모르겠다.

반대는 안 하면서도 흔들어대서 정책을 제때 추진하기가 너무 힘들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그는 부동산 문제를 그 예로 들면서 "한나라당은 반대는 하지 않으면서 흔들어대고 발목잡고 진을 다 뺀다"고 했다.

이어 "그러나 결국 참여정부가 가는 대로 가고 있다"며 "앞으로 한나라당 (대선) 후보가 참여정부 주요 정책 중에서 안 하겠다고 부정할 정책이 몇 개나 있을지 모르겠다.

지켜볼 일"이라고 말했다.

◆한나라당 "현실인식 어처구니 없다"=노 대통령의 '산상 발언'에 대해 박 전 대표 측 이혜훈 의원은 20일 기자와 만나 "참여정부 정책 중에 유지해야 할 게 몇 개나 될지 오히려 의문"이라며 "노 대통령의 현실인식이 어처구니없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출자총액제한제도뿐 아니라 금산분리원칙,공장입지·수도권·토지규제 등 참여정부가 고수해 온 모든 규제를 제로베이스에서 재검토할 것"이라면서 "존치의 필요성을 입증하지 못하는 규제는 모두 폐지하겠다는 게 박 전 대표의 입장"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투기를 잡겠다고 하면서 부동산에 대한 수요 자체를 눌러버렸고,과도한 대출규제와 '세금폭탄'으로 서민들의 부담만 가중시켰다"고 강조했다.

이 전 시장도 "일시적으로 조세와 규제 정책을 쓰면 잠시 효과가 있더라도 장기적으로는 공급이 줄어 부동산 투기의 소지를 만들 수 있다"며 비판적 시각을 나타냈다.

그는 언론 인터뷰에서 "그동안 양질의 주택을 일관되게 공급하지 않았기 때문에 부동산 가격이 장기적으로 안정세로 접어들지 못하고 있다"면서 "현 정부의 조세와 규제 정책은 노 대통령 임기 중에 약간의 효과가 있을 수 있으나 3∼4년 뒤에 문제가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다만 "그렇다고 해서 한나라당이 집권하면 부동산 정책이 일괄적으로 완화되는 것은 아니다"며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공급 위축을 가져오는지 등을 보면서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김인식 기자 sskis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