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 살이 넘어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어릴 적 꿈꾸던 자동차 디자이너가 된 사람이 세계 최대 자동차회사인 제너럴모터스(GM)에서 맹활약하고 있다.

주인공은 미국 미시간주 디트로이트에 있는 GM본사 디자인센터의 강호준씨(39).강씨는 지난 1월 디트로이트 모터쇼에서 선보인 GM '2008년형 시보레 말리부'의 외부 디자인을 맡았다.

신형 말리부는 GM이 중형차 1위인 도요타 캠리를 따라잡기 위해 선보인 야심작.훨씬 세련된 디자인으로 GM의 디자인파워를 과시했다는 평가를 받으며 CNN머니로부터 '2008년형 10대 자동차'로 꼽혔다.

이로 인해 강씨는 순식간에 주목받는 자동차 디자이너로 떠올랐다.

그렇다고 자동차 디자이너로서 강씨의 경력이 긴 건 아니다.

올해가 겨우 4년째로 시보레 말리부가 사실상 첫 작품이다.

강씨는 어릴 적부터 자동차 디자이너를 꿈꿔왔다.

그러나 의사인 아버지의 반대로 꿈을 접어야 했다.

한국외국어대를 졸업하고 기아자동차에서 사무직으로 근무하던 강씨는 1998년 꿈을 실현하기 위해 직장을 그만뒀다.

미국에서 손꼽히는 자동차디자인학교인 '패서디나 디자인스쿨'을 우수한 성적으로 마친 강씨는 2004년 GM에 입사,36세에 마침내 꿈을 이뤘다.

강씨는 "미술학원도 다녀본 적이 없는 상태에서 서른 살이 넘어 자동차 디자이너에 도전한다는 것이 무모했지만 이를 악물고 공부했다"고 회상했다.

그는 "재능보다는 꿈을 갖는 것이 중요하며 자기가 원하는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면 무엇이든지 할 수 있다"며 "나이가 중요한 게 아니다"고 강조했다.

강씨는 '시보레 말리부'의 실력을 인정받아 지금은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파트로 옮겨 새로운 작품을 설계 중이다.

뉴욕=하영춘 특파원 ha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