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홀 돌면 CEO의 숨겨진 성격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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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릴린치의 전 최고경영자(CEO) 스탠리 오닐(53)은 인정이 없는 '차가운 경영자'로 알려져 있다.
'로봇'으로 비유되곤 한다.
실제로 그는 메릴린치의 사령탑을 맡은 뒤 경쟁자를 과감하게 쫓아냈다.
그러나 그와 골프를 쳐 보면 알려진 바와 전혀 다른 사람임을 알 수 있다.
네 시간에 걸친 오닐과의 라운딩에서 그가 주변 인물의 사소한 일까지 관심을 갖고 있고 다정다감한 사람임을 깨닫게 됐다.'
미국 경제주간지 비즈니스위크 최신호(5월28일자)는 '골프와 비즈니스 라이프(Golf and the business life)' 특집에서 저널리스트 출신으로 컨설팅 업체 블루헤론 파트너스의 사장인 데이비드 라이네키가 최근 발간한 '그린 위의 거래(Deals on the Green)'를 인용,골프장에서 발견한 오닐의 진면목을 이같이 전했다. 18홀을 돌아 보면 어떤 회의장에서도 알 수 없었던 경영자의 성격을 파악할 수 있다는 것. '18홀의 테스트'를 통해 알 수 있는 경영자의 성격은 △정직성 △열정 △인생을 즐기는 태도 △업무 적합성 △얼마나 마음이 열려 있는지 등 크게 다섯 가지라고 이 잡지는 지적했다.
먼저 골프는 정직성을 판단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수단이다.
한 유명 CEO는 그가 모시던 보스가 필드에서 자주 속임수를 써 이기는 것을 목격했다.
그는 부정직한 사람이 운영하는 회사는 성공할 수 없다고 판단해 회사를 그만뒀다.
결국 그 회사는 얼마 지나지 않아 회계 부정 사건으로 파산했다.
두 번째는 일에 대한 열정을 파악할 수 있다.
'채권왕(Bond King)'으로 불리는 핌코의 빌 그로스 최고투자책임자(CIO)와 필드를 돌아 보면 그가 왜 채권 투자의 왕으로 군림하는지가 실감 난다.
그로스는 모든 샷을 신중하고 철저하게 계산된 방식으로 친다.
라운드가 끝나면 자신의 스코어 카드를 분석해 그린 적중률이 얼마인지 계산하면서 열심히 연구한다.
그로스는 골프를 그의 직업과 비교하곤 한다.
그는 "하루 아침에 수백만 달러를 날릴 수도 있다.
그러면 나는 밤에 퇴근해 다시 전략을 연구한다.
이것은 다음 티로 옮기는 것과 마찬가지다"고 말했다.
세 번째로 골프는 인생을 얼마나 즐길 수 있는 사람인지를 알 수 있는 자리이기도 하다.
잭 웰치 전 제너럴 일렉트릭(GE) 회장은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회장과 함께 한 라운드를 회상하면서 이들 두 명은 경쟁보다 우정이 더 중요함을 이해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버핏이 첫 홀에서 파를 잡자 게이츠는 그의 승리를 선언했다.
골프를 통해 알 수 있는 네 번째는 업무에 대한 적합성이다.
유명 헤드헌팅 업체인 하이드릭&스트러글 인터내셔널(HSII)의 게리 로셰 사장은 CEO를 스카우트할 때 골프를 활용한 사람으로 유명하다.
그는 1990년 대 초 골프를 치다가 번개를 피하려고 그늘집으로 달려가던 도중 당시 RJR나비스코의 CEO였던 루 거스너가 태연하게 벤치에 앉아 있는 것을 우연히 목격했다.
로셰는 이러한 대담한 성격이라면 당시 경영난을 겪던 컴퓨터 업계의 공룡 IBM을 구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차기 경영자로 그를 추천했다.
거스너는 1993년 IBM 회장으로 취임해 회사를 멋지게 회생시켰다.
마지막으로는 마음이 열려 있는 사람인지를 알 수 있다.
경영자들은 흔히 말하는 것을 즐기지만 그보다는 다른 사람의 말을 경청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메릴린치의 오닐은 라이네키 사장과 라운딩을 하면서 많은 질문을 던졌고 주의 깊게 상대의 답변을 경청했다.
라이네키 사장은 오닐과의 대화에서 인생 행로에 대해 많은 도움을 받게 됐고 결국 몇 달 뒤 회사를 그만두고 새로운 비즈니스를 시작할 수 있었다고 한다.
비즈니스 위크는 많은 기업들이 값비싼 골프장 회원권을 구입하고 골프 접대를 하는 것은 사람들의 숨겨진 속내를 알 수 있기 때문에 충분한 가치가 있다고 주장했다.
최인한 기자 janu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