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신문사는 신품질포럼과 함께 17,18일 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서 주최한 신품질 컨벤션 2007 행사에 초청된 해외 품질전문가들과 '글로벌 경쟁시대 경영혁신'을 주제로 특별 좌담회를 가졌다.

박성현 서울대 통계학과 교수의 사회로 진행한 이 좌담회에는 스웨덴 린코핑대의 얀스 달가드 교수,미국 딘맥더모트석유운영(DMPO)의 티모시 루이스 부사장,독일 BMW의 헤르만 하우스베르거 이사가 참석했다.


◆사회=20세기가 '생산성의 시대'였다면 21세기는 '품질의 시대'라고 한다.

◆달가드 교수=지금은 세계 모든 회사들이 서로 다른 생존과 성장 조건을 갖고 있다.

지난 세기에는 물건의 양에만 신경쓰면 됐다.

품질을 관리한다는 의미도 불량률을 낮춘다는 것에 지나지 않았다.

하지만 21세기는 완전히 다르다.

사회적,윤리적 차원에서 품질을 생각할 필요가 생긴 것이다.

과거 소비자들은 자신이 냉장고를 갖고 있는지 여부만 생각했지만 이제는 그 냉장고를 어떤 브랜드가 어떻게 생산한 것인지까지 평가하기 때문이다.

지금은 품질이 기업을 얼마나 오래 성공적으로 살아남을 수 있는지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인으로 부상했다.

고객과 고용자의 요구 뿐만아니라 공급자 사회 주주 간의 균형을 유지하는 것도 중요하다. 균형을 맞추기가 쉽지 않지만 기업들이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이다.

◆루이스 부사장=단순히 고객을 많이 확보하는 것이 아니라,충성도가 높은 고객을 만드는 것이 중요한 시대로 변했다.

◆하우스베르거 이사=21세기 BMW의 목표는 세 가지다.

첫째도 품질,둘째도 품질,셋째도 품질이다.

프리미엄 고객을 확보하려면 그만큼 높은 품질을 가진 제품을 생산해야 하는 까닭에서다.

◆사회=기업들의 경쟁도 글로벌 시대다. 이에 맞춘 품질전략은 어떻게 짜야 하는가.

◆하우스베르거 이사='균일한 품질'을 유지하는 것이 관건이다.

BMW는 세계 곳곳에서 자동차를 생산한다. BMW의 고객들도 전 세계에 퍼져 있다는 뜻이다.

세계 곳곳의 고객들에게 똑같은 고품질의 자동차와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항상 노력하고 있다.

바꾸어 말하면 고객들은 중국에서 생산되는 자동차와 미국에서 생산되는 자동차가 똑같이 좋은 품질의 자동차를 기대하고 있다.

BMW는 중국에서 생산하는 제품을 독일이나 미국에서 생산하는 것과 똑같이 만들기 위해 정교한 프로그램으로 만든 '협업모델'을 운영하고 있다.

50명가량의 중국 근로자들을 5~10명의 독일인과 한 팀으로 짜 제품을 생산하는 방식이다.

'완전한 협업'을 통해 국제적인 표준화를 이루는 것이다.

품질이 동일한 자동차를 만들려면 생산과정이 잘 정비되어야 한다.

자동차에는 수많은 부품이 들어가기 때문에 공정이 다를 경우 똑같은 제품이 나오기 어렵기 때문이다.

◆달가드 교수=글로벌 품질경영은 모두 획일적인 생산방식을 가져야 한다는 뜻은 아닐 것이라고 생각한다.

국제적인 생산체제를 가진 회사가 좋은 품질의 제품을 만들기 위해서는 생산 국가의 문화를 충분히 이해하고 거기에 맞는 교육을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리더십이 생기지 않는다.

현지 고용인들을 존중하는 것이 중요하다.

글로벌기업의 본사가 있는 국가에서 하던 방식을 그대로 다른 나라에서 적용하려고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얘기다.

◆사회=전문가들은 제품 품질을 높이고 경쟁력을 키우는 바람직한 방법으로 창조적 혁신을 강조한다. 이런 창의적 혁신을 이룰 방도는 무엇인가.

◆달가드 교수=품질혁신 경영혁신을 위한 좋은 아이디어가 나올 수 있느냐는 전적으로 회사의 의지에 달려 있다.

아이디어가 흘러다닐 수 있는 다양한 채널을 열어놓고 근로자와 협력사들의 아이디어를 수용하는 체제를 갖춰야 한다.

◆하우스베르거 이사=BMW는 모든 구성원들이 혁신 과정에 참여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자유롭게 자신의 의견을 이야기할 수 있는 분위기를 형성하고 의견이 소통될 수 있는 공간과 네트워크를 만들어주고 있다.

새로운 아이디어를 끌어 내기 위해서는 구성원들이 혁신은 곧 자신의 월급이 늘어나는 것으로 이해시켜야 한다.

문제점이 개선되고 비용이 절감될수록 자신들에게 분명한 이익이 돌아온다고 생각해야 혁신은 원활하게 이뤄질 수 있다.

특히 조직 리더들의 역할이 중요하다.

◆사회=경영혁신 활동을 하다보면 노동조합 등 내부 구성원들의 반발에 부딪히는 경우가 많다.

◆루이스 부사장=혁신활동을 도입하는 초기단계에서는 보너스 제공과 같은 금전적 보상이 큰 도움을 줄 수 있다.

하지만 이는 장기적인 문제 해결 방식은 아니다. 혁신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기 위해서는 커뮤니케이션이 가장 중요하다.

근로자들은 단순한 '고용인'이라는 지위를 벗어나길 원한다.

회사가 새로운 정책,새로운 생산방식을 도입함으로써 자신들이 어떤 변화를 겪을지를 알고 싶어한다.

이들에게 혁신의 과정을 이해시키고 회사가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는 것이 생산성 향상에 도움이 된다.

우리 회사의 경우 1990년대까지 노동조합이 있었지만 노동자들 스스로 자신과 회사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해 해산했다.

◆사회=제품의 결점이 사후서비스(AS) 단계에서 발견되면 문제 해결에 100달러가 들지만,제품 생산 단계에서 발견되면 10달러가 들고 연구개발(R&D) 과정에서 발견되면 1달러로 해결할 수 있다는 1 대 10 대 100 이론이 있다.

이 이론이 내포한 의미는 무엇인가.

◆루이스 부사장=석유회사를 운영하면서 여러 차례 이 같은 경험을 했다.

생산을 하기 전에 R&D단계에서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을 찾아내면 생산을 시작한 뒤에 하는 것보다 훨씬 쉽고 효과도 크다.

한 번은 석유에서 휘발성 유기탄소를 뽑아낼 수 있는 새로운 방법에 대해 미국 정부의 에너지 당국에 제안한 적이 있다.

우리는 모두 8가지 방법을 통해 이를 실제로 구현했으며,이후 관련 사업의 거의 대부분을 수주할 수 있었다.

이 이론은 달리 생각하면 기업들이 현재의 고객을 놓치지 않는 것이라고 생각해 볼 수 있다.

제품이나 서비스에서 불량에 의해 현재의 고객 1명을 놓치게 된다면 100명,1000명의 사람들 중에서 다시 새로운 고객 1명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의 고객에게 신뢰할 수 있는 좋은 품질의 제품을 지속적으로 제공한다면 그는 그 기업과 계속 거래관계를 유지하기 때문이다. 오랜 기간 존속하는 기업이란 현재의 고객을 놓치지 않는 것과 같은 말이다.

정리=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