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즈와 동갑에 프로골퍼 된 김경태 독려

한국프로골프협회장을 맡고 있는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16일 프로골퍼 김경태를 만났다.

김경태 프로는 올해 한국 프로골프 무대에 데뷔해 개막전 포함 2연승을 올리며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선수.박 회장은 재계에서 손꼽히는 골프 애호가이자 국내 골프계의 든든한 후원자다.

하지만 박 회장은 이 자리에서 다정다감한 격려 대신 냉정하고 준엄한 당부로 일관했다.

박 회장은 "지금까지 타이거 우즈가 세운 각종 기록들을 모두 알고 있느냐"고 물어본 뒤 김 프로가 미처 대답을 하지 못하자 "협회에서 모든 기록과 데이터를 조사해서 보내줄 테니 책상 앞에 붙여놓고 매일 들여다 보라"고 주문했다.

박 회장은 "무슨 일이든 시작하면 세계 톱클래스가 되겠다는 원대하고 확실한 목표를 정해야 한다"며 "타이거 우즈를 뛰어넘는 위대한 선수가 되기 위해서는 한눈 팔지 말고 골프 한가지에만 전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회장은 "기업을 하는 나 자신도 하루에 잠자는 시간을 빼고 나면 스무 시간 가까이 사업 생각만 하는데 프로골퍼도 당연히 종일 골프 생각만 할 수 있어야 한다"며 "타이거 우즈가 클럽 헤드로 공을 튀기는 연습을 하루에 2000번씩 했고 비제이 싱이 하루 10시간 이상씩 스윙 연습을 하고 있다는 얘기를 김 선수도 알지 않느냐"고 설명했다.

박 회장은 이날 아시아나항공 전 구간 비즈니스 클래스 1년 무료 이용권을 전달하며 지원을 약속했다.

김경태 프로는 박 회장의 애정 어린 당부에 감사를 표시한 뒤 주위의 기대에 어긋나지 않도록 더욱 정진하는 자세를 보이겠다고 화답했다.

박 회장은 지난해 9월 당시 아마추어 국가대표 골프 선수이자 연세대 후배인 김경태에게 졸업까지 등록금 전액을 실비로 지원한 바 있다.

박 회장의 말처럼 1996년 타이거 우즈가 프로에 입문하던 때와 같은 나이인 21세에 프로로 전향한 김 프로는 화려한 경력에 뛰어난 실력까지 갖춰 장차 타이거 우즈에 필적할 재목으로 평가받고 있다.

특히 아마추어 시절 한국아마추어선수권과 일본아마추어선수권을 각각 2연패한 데 이어 지난해 도하아시안게임 2관왕까지 차지했다.

이런 이력은 US아마추어선수권과 월드아마추어팀챔피언십을 제패하며 차세대 황제 자리를 예약했던 우즈의 아마추어 경력에 견줘 별로 손색이 없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조일훈 기자 ji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