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증현 금융감독위원장이 16일 은행장들에게 쓴소리를 내뱉은 것은 특정부문에 대한 과도한 대출경쟁과 쏠림현상이 경제의 잠재 불안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음을 경고한 것이다.

윤 위원장은 특히 은행간 신용카드 영업경쟁이 심화되고 있는 점을 의식한 듯 "2003년 카드사태의 교훈을 잊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은행 간 과당경쟁과 쏠림현상을 적절히 관리하지 못할 경우 자원배분의 효율성을 떨어뜨리는 것은 물론 은행 생존의 중대한 위험요인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충고하기도 했다.

윤 위원장은 이날 간담회에서 부동산 시장과 주택담보대출 문제,중소기업대출 급증세,단기 외화차입,카드영업 경쟁심화 등 은행권 전반에 걸쳐 있는 잠재위험 요인을 조목조목 지적하면서,특히 자금이 특정 부문으로 몰리는 쏠림현상을 경계했다.


◆중기대출 과당경쟁 우려

윤 위원장은 중소기업대출 급증과 관련,"생산적인 부문에 대한 자금공급이라는 측면에서 긍정적"이라면서도 "은행들의 외형확대 경쟁이나 주택담보대출 수요가 줄어든 데 따른 반작용이 아니냐는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주택대출 규제조치에 따른 '풍선효과'로 은행자금이 일시에 중기대출로 몰릴 경우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다.

윤 위원장은 "외형확대를 위해 중기대출을 밀어붙이면 향후 경기둔화시 자산건전성과 수익성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며 "부동산업과 건설업 등 비제조업 부문의 대출 증가에 유의하고 개인사업자에 대한 리스크 관리를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대출금이 사업자금 외에 다른 용도로 유용되는 일이 없도록 여신심사와 사후관리를 철저히 해달라고 당부했다.

중기대출은 지난 3월 6조7000억원,4월 7조9000억원 늘어나는 등 사상 최대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주택대출 리스크관리 강화

윤 위원장은 올 들어 집값이 안정되고 주택거래가 줄어들면서 주택담보대출 증가세도 크게 둔화되고 있지만 주택가격 급락과 금리 상승에 대비해 사전적인 위험관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현재 주택담보대출 중 변동금리상품 비중이 약 95%(잔액 기준)에 달해 금리가 급등할 경우 가계의 채무상환 능력이 저하되고 은행의 건전성 악화와 금융시스템 불안을 초래할 소지가 크다"고 말했다.

실제로 최근 1년8개월간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무려 1.83%포인트나 급등해 가계의 이자부담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윤 위원장은 고정금리형 신상품 개발 등을 통해 고정금리형 대출 비중이 늘어나도록 노력해 달라고 당부했다.


◆"외화자금 부실요인 없애야"

윤 위원장은 금융사 간 과당경쟁에 대해서도 일침을 가했다.

그는 은행과 카드사들이 최근 일제히 현금서비스 수수료율 인하 행사를 벌이고,일부 은행에서는 현금서비스 사용분까지 마일리지를 적립해 주는 등 대출서비스 마케팅을 다시 강화하고 있는 것을 경계하면서 신용판매 위주의 영업행태를 정착시켜 달라고 강조했다.

윤 위원장은 이 밖에 외화차입에 있어 대외차입여건 변동 등에 대비해 유동성 리스크 관리와 외화자금 운용에서 부실요인이 발생하지 않도록 건전성을 유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장진모 기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