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순의 시부모님이 평소에 하도 다투셔서 돌아가시기 전에 서로 마음 좀 풀고 가시라고 ME주말 프로그램에 보내드렸어요.

프로그램을 마치고 온 아버님께서 눈물을 흘리시는 거예요.

이유를 물었더니 '마누라 한 맺힌 마음을 너무 모르고 살았다.

진작 알았더라면 잘 지냈을 텐데…'라고 하시더군요."(분당의 한 주부)

"결혼 10년차 무렵,ME주말에 참여해보니 별 문제가 없는 줄 알았던 우리 부부 사이에도 숱한 먼지와 불만이 숨어있었어요.

서로 속깊은 대화를 나누며 잠재의식 속의 불만요소를 다 털어내고 오니 삶이 완전히 달라졌어요.

그냥 두었으면 언젠가 폭발했을 것을 미리 찾아내 제거한 셈이죠."(이윤식 서울대 화학생물공학부 교수)

가톨릭 신자들을 중심으로 실시돼온 '매리지 엔카운터(ME·Marriage Encounter)' 프로그램이 '2박3일'의 기적을 낳고 있다.

대화 단절과 서로 간의 이해 부족,불만 등으로 원만하지 못하거나 재미없는 결혼생활을 하던 부부들이 금요일 저녁부터 일요일 오후까지 2박3일간의 'ME주말 프로그램'에 참석한 뒤 삶의 활기를 되찾고 있는 것.

방송인 이은혜씨(KBS 리포터)는 성격 차이와 고집 등으로 결혼 3년 만에 이혼 직전까지 갔다가 'ME'에 참여한 뒤 위기를 극복했다.

이씨는 "2박3일간 나눈 대화가 결혼 3년간 나눈 대화보다 더 많았다"면서 "대화를 통해 서로를 이해하게 됐고,30년간 굳어져 바꿀 수 없다고 한 내 성격을 극복할 수 있는 방법도 알게 됐다"고 밝혔다.

'ME주말'이라고 부르는 이 프로그램은 1977년 3월 처음 국내에 도입돼 올해로 30년을 맞았지만 아직 일반에는 널리 알려지지 않은 상태다.

ME는 '혼인의 재만남''혼인생활의 새로운 발견''부부들이 대화하는 모임'이라는 뜻.1962년 스페인에서 청소년 지도를 하던 가브리엘 칼보 신부가 대부분의 가정문제는 부부문제에서 비롯된다는 점에 착안해 부부들을 위한 주말피정 프로그램을 실시한 것이 효시다.

이후 미국 노트르담대학의 척 갤라거 신부가 ME프로그램으로 개발해 전세계 100여개국에 확산됐다.

'ME주말'에선 한 명의 신부와 세 쌍의 봉사부부가 한 팀을 이뤄 혼인생활에 대한 체험을 발표하고 참가 부부들에게 대화를 위한 방법을 알려준다.

참가 부부들은 신부와 봉사부부들의 사례를 들은 뒤 부부만의 공간에서 대화의 문을 연다.

일상의 스트레스를 떠나 서로에게만 관심을 집중하며 마음을 여는 과정에서 자신과 상대방에 대해 몰랐던 것을 깨닫고 이해의 폭을 넓혀 마침내 평행선을 달리던 부부가 하나의 점으로 모인다는 설명이다.

'ME주말'에 다녀온 후에는 부부 간에 '사랑해요,괜찮아요,수고했어요'라는 말을 달고 산다.

잠시라도 떨어져 있다가 다시 만나면 서로 안아주는 것은 'ME 부부'들의 공통점이다.

집안일은 '분담'하는 것이 아니라 '함께' 하는 것이라고 ME 부부들은 설명한다.

월드와이드 ME한국협의회 대표 부부이자 올해 결혼 30년째인 이윤식 교수(54)와 부인 조윤숙씨(52)는 "남들이 '닭살커플'이라고 놀려도 처음에만 그럴 뿐 나중에는 자기들도 따라 한다"며 "ME주말에 참여하면 황혼이혼이란 없다"고 단언했다.

지난 30년 동안 이 프로그램에 참여한 부부와 사제,수도자들은 15만명가량.다음 달 초에는 ME주말 3000회를 맞게 된다.

최병렬 전 서울시장과 조남호 서울 서초구청장 등 명사들도 여럿 참여했다.

최 전 시장은 "ME주말을 체험한 덕에 미운 정,고운 정이 쌓이고 쌓인 부부의 40년간 먼지를 털어내고 서로의 모습에서 산뜻한 색깔,선명한 자태,달콤한 향기를 되찾았다"고 밝혔다.

가톨릭 '피정의 집' 등에서 진행되는 ME프로그램은 종교에 관계없이 참여할 수 있으며 신청비 1만원 외에는 희사금으로 운영된다.

가톨릭에서 운영하지만 종교적인 내용은 담지 않으며 각자 신앙생활을 할 수 있도록 보장된다.

참가 희망자는 ME한국협의회(http://me.catholic.or.kr)나 교구별 ME협의회에 신청하면 된다.

ME한국협의회는 ME 도입 30주년을 맞아 이 프로그램을 더욱 확산시키기 위해 '생명과 사랑의 빛이 되어!'를 주제로 전국 ME 가족 등반대회(6월6일),한국 ME 3000회 환영식(6월8일),참부모학교 시범 운영,전국 ME 가족 음악제(10월27일) 등 다채로운 기념행사를 마련한다.

또 올해 처음 제정된 '부부의 날'(5월21일)을 맞아 '사랑의 편지' 전국 공모전도 함께 연다.

(02)511-9901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