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업계 지각변동 신호탄
캐나다의 금융 정보·미디어 회사인 톰슨 코퍼레이션이 세계 3대 통신사이며 금융 정보 제공 업체인 영국 로이터를 172억달러(약 15조8900억원)에 인수하기로 합의, 세계 미디어 업계에 지각변동을 예고하고 있다.
수익성 및 성장성이 높은 경제·금융 정보 매체를 중심으로 국경과 업종을 초월해 '짝짓기'가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재편 과정에서 복합 미디어그룹이나 마이크로소프트(MS) 등 자본력을 가진 기업들이 수익성이 떨어진 신문사,통신사 등을 인수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관련 업계의 분석이다.
◆경제·금융 정보 돈 된다
톰슨의 로이터 인수는 미디어시장에서 경제 및 금융 정보 서비스 산업의 가능성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과거 수년간 미국 미디어 업계에선 TV 방송국 및 영화 제작사 등 주로 영상 분야에서 합종연횡이 진행돼왔으나 앞으로는 수익성과 성장성이 기대되는 경제와 금융 정보 매체들이 미디어 업계 재편의 초점이 될 것임을 예고하는 것이다.
인터넷 보급 확대로 인쇄 매체는 물론 방송사들은 수익성이 떨어지면서 경영난을 겪는 곳이 속출하고 있다.
반면 경제의 글로벌화가 진전되고 세계적으로 자금이 넘쳐나면서 금융 정보 서비스 수요는 급증,관련 시장 규모가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지난해 금융 정보 서비스 시장 규모는 530억달러(약 48조원)에 달했고 앞으로도 연 평균 5~6%가량의 성장이 예상된다.
'미디어 업계의 황제'로 불리는 뉴스코퍼레이션의 루퍼트 머독 회장은 5월 초 한 TV와의 회견에서 "경제 정보의 매력은 돈이 된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미디어 업계 재편 가속된다
톰슨의 로이터 인수는 인터넷 시대를 맞아 미디어 업계의 재편이 본격화될 것임을 시사하고 있다.
금융 정보 회사가 통신사를 인수한 형태여서 인터넷 시대 미디어 업계의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제시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톰슨과 로이터의 합병으로 새로 탄생하는 '톰슨·로이터'의 최고경영자(CEO)로 내정된 톰 글로서 현 로이터 CEO(47)는 16일자 니혼게이자이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하나의 지역 및 비즈니스 모델에 의존하는 미디어 기업은 향후 생존이 위태로워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인터넷 시대에 생존하려면 미디어 회사들이 국경 및 업종의 벽을 넘어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업계에서는 미디어 시장의 재편이 경제 정보에 강한 매체를 중심으로 진행될 것으로 보고 있다.
머독 회장은 월스트리저널을 거느린 미국 다우존스를 70억달러에 사겠다고 제안한 상태다.
다우존스 측은 제안을 거부했으나 향후 성사 가능성이 있다고 보는 전문가들도 많다.
세계 컴퓨터 업계 거인인 MS도 이달 초 야후 측에 420억달러를 제시하며 인수 제안을 했다.
야후가 이 제안을 거부, 업무 제휴 쪽으로 논의가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지만 그것만으로도 미디어 업계에 미치는 파장은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한국 일본 등 아시아 각국도 세계 미디어 업계 재편의 물결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이와 관련, 마이니치신문은 16일 경제에는 국경이 없기 때문에 경제 정보의 필요성이 더욱 커진 아시아 지역의 미디어 회사들도 구조 재편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인한 기자 janu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