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진적인 개선만으론 기업의 외형 성장은 물론 수익성도 높일 수 없습니다."

미국의 종합화학회사 듀폰의 아시아태평양지역 총괄을 맡고 있는 김동수 듀폰코리아 회장(사진)은 '6시그마 메가컨퍼런스'에서 특별강연을 통해 이같이 강조했다. 그는 "2년 전에 600만원이던 PDP TV가 지금은 시장에서 200만원에 팔리고 있을 정도로 제품 사이클이 짧아졌기 때문에 '개선'을 추구하는 기존 6시그마 모델(DMAIC)로는 리딩 컴퍼니의 지위를 유지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DMAIC는 문제에 대한 정의 측정 분석 개선 관리 등 5단계 과정을 이용하는 6시그마 이론의 문제 해결 기법이다.

김 회장은 이에 대한 대안으로 신제품을 개발하기 위해 만들어진 6시그마 이론인 DFSS(Design For Six Sigmaㅌㆍ6시그마 기법을 이용한 디자인)모델을 적극적으로 도입해야 한다고 기업들에 주문했다.

이 모델은 새로운 제품이나 프로세스를 개발하기 위해 사용하는 로드맵으로,고객의 요구사항을 정량화해 목표를 정하고 이를 위해 디자인 컨셉트를 정해 상위·하위·상세 디자인을 진행하는 방법이다.

DMAIC모델과 달리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창출하고 이를 제품개발과 관리에 적용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그는 1999년부터 6시그마 이론을 도입한 듀폰의 경우,초기에는 DMAIC 모델을 이용해 경비 절감과 불량률 개선만을 추진했으나 곧 한계를 느끼고 DFSS를 병행했다고 소개했다.

이를 기반으로 듀폰은 개발된 지 5년이 넘지 않은 신제품이 매출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2000년 22%에서 2005년 33%까지 증가시켰다고 그는 설명했다.

이 과정에서 듀폰이 7년간 얻은 경제적 이익은 무려 30억달러에 이르렀다는 것.

김 회장은 또 듀폰사가 향후 100년간의 '먹을거리'를 찾아내고 기업의 목표를 바꾸는 데도 6시그마의 정량적 계산 방법이 주효했다고 설명했다.

듀폰은 1990년대 들어 미국의 GDP 이상의 성장률을 내지 못하는 정체 상태에 머물렀다.

위기감을 느낀 경영진은 듀폰의 전문분야였던 화학·물리학의 비중을 줄이고 생물학과 지식경영을 가미한 '종합과학회사'로의 변신을 꾀했다.

이 과정에서 듀폰의 대표 비즈니스였던 섬유부문을 축소하고 에너지회사 코노코와 콘솔을 팔았다.

대신 세계1위 종자회사인 파이어니어와 식품회사 솔래를 인수하고 바이오 뷰탄올 생산업체 소로나를 만들었다.

"1999년 이후 듀폰이 5년간 팔고 사들인 기업의 가치를 더하면 60조원에 이릅니다. 확고한 목표를 정하고 6시그마 이론을 바탕으로 비용을 최소화하며 추진했기 때문입니다."

김 회장은 "이 과정에서 기업이 치러야 하는 비용도 적지 않다"며 "6시그마의 목표와 방법을 책임자 1명만이 알고 있는 것은 무의미하며,혁신 리더들을 양성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비용을 지출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