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승장에서 '왕따' 신세를 면치 못한 반도체 업종에 대해 슬슬 긍정적인 접근이 가능하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업황 회복을 장담하기 힘든데다, 이미 식어버린 투자심리를 다시 돌리기가 쉽지는 않아 보인다.

◆ 낮아진 기대치..더이상 팔 것도 없다

15일 증시 전문가들은 지나치게 올라 부담스러운 주도주 대신 그 동안 소외받았던 IT주 등에 눈길을 돌리라고 조언하고 나섰다.

산업자원부가 2분기 반도체 업종의 전망이 밝은 것으로 평가한 가운데 SK증권은 시장의 기대치가 이미 크게 낮아졌다는 점에서 반전을 기대해볼만 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D램 주력제품인 512Mb DDR2 고정가격이 생산 원가인 2달러 이하까지 하락한 상황이어서 추가적인 하락은 막을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LCD 업황이 그러했듯이 가격이 하락세를 멈추고 반등할 경우 반도체 업황도 빠르게 호전될 수 있을 것이란 설명이다.

신영증권 이승우 연구원은 "하반기엔 D램의 수요 비트 성장률이 공급 비트 성장률을 상회하며 수급이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현 상황에 대해 "D램 업황이 구조적인 하향 추세에 접어들었다기 보다는 업체들의 수요 예측 실패와 사이클 특성이 동시에 나타난 일시적이면서도 비정상적인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낸드는 이미 바닥에서 큰 폭으로 반등해 하반기 성수기를 향해 순항하고 있으며, 반도체 사이클에 선행하는 특성을 지닌 미국 ISM 제조업 지수도 반등해 업황 회복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 같은 업황을 감안할 때 삼성전자와 하이닉스의 실적도 저점을 통과하고 있다"면서 반도체 산업이 새로운 전환점을 기다려야 할 상황이라고 밝혔다.

수급상으로도 외국인 투자자들의 저가 매수는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국내 기관들의 추가 매도 여력도 바닥이 드러나고 있다고 덧붙였다.

◆ 현실은..업체간 '제살 깎아먹기'

하지만 현대증권 김장열 연구원은 "후발 업체들의 버티기 전략으로 당분간은 D램 가격이나 업황의 반등이 힘든 것이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이달 초만해도 추가적인 매물 출회 가능성이 낮다는 점 등에서 일단 반도체주를 가져가는 전략이 유효할 것이라고 판단했던 김 연구원은 하이닉스와 대만 반도체 업체들에 대한 탐방을 다녀온 후 업종 투자의견을 중립으로 하향 조정했다.

김 연구원은 "업체들의 생산성이 너무 좋은데다 각 업체들이 상대 업체의 상황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지 못해 서로 눈치를 보며 버티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경쟁 업체가 먼저 생산 또는 투자 조정을 할 것으로 기대하면서 공급 초과 상황이 지속되고 있단 얘기다.

김 연구원은 "일부 가격 하락으로 수요 촉진 가능성이 있긴 하지만 모든 업체들이 이러한 하반기 수요 강세에 대비해 출하량을 늘릴 가능성이 있어 수급 개선 속도가 예상보다 늦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특히 후발 경쟁 업체들도 자금 조달 여력이 남아있어 10~20% 적자 정도로 가시적인 생산 조정을 기대하기 힘든 상황이라는게 김 연구원의 판단이다.

따라서 업황이 붕괴하는 수준까지 도달하지 않는 이상 업황이 근본적으로 변화하긴 어려워 보인다면서 당분간은 중립적 시각을 가져가라고 조언했다.

모건스탠리증권도 하이닉스의 상황을 점검해 본 결과 하반기 D램 업황의 'V자형' 회복은 불가능해 보인다고 판단했다.

수요 증가를 기대한 업체들이 제고를 쌓으면서 판매가격에 한층 더 압박을 가하고 있다면서, 하이닉스의 2분기 실적이 부진한 양상을 이어가고 있다고 덧붙였다.

D램 업황에 대해 낙관적으로 돌아서기엔 아직 너무 빨라 보인다고 지적하고 단기적으로 회복 전에 업황이 좀 더 나빠질 가능성도 있다고 분석했다.

한경닷컴 강지연 기자 sere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