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오규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이 14일 "헤지펀드 설립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힘에 따라 업계에서도 관련 논의가 본격화할 전망이다.

업계 전문가들은 헤지펀드 설립을 허용할 경우 거액의 성과 보수를 겨냥한 헤지펀드들이 대거 나오고 역량 있는 펀드매니저가 이동하는 등 업계에 지각 변동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또 헤지펀드의 첨단 투자 기법 도입에 따라 국내 자본시장도 한 단계 업그레이드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국내에 헤지펀드 전무

세계 굴지의 헤지펀드들이 한국을 비롯한 세계 금융시장을 무대로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지만 국내 투자자나 투자기관은 그동안 헤지펀드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었다.

토종 헤지펀드는 전혀 없고 투자하려고 해도 사모 방식의 펀드 오브 헤지펀드에 대한 투자만 가능할 뿐이다.

간접투자자산운용법에서는 자산운용사만이 자금을 모집해 투자할 수 있고 헤지펀드의 주요 투자 기법인 주식 공매와 차입은 금지돼 있다.

또 펀드매니저에 대한 성과 보수도 제한돼 있다.

헤지펀드 설립이 원천적으로 금지돼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업계에서는 정부가 헤지펀드 도입을 검토하겠다고 밝혔지만 실제로 관련 규제 완화까지는 상당기간의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고 았다.

이한득 LG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은 "헤지펀드에 대해서도 일정 부분 규제가 필요하지만 정보 공개 등에 대한 간섭이 지나칠 경우 다양한 투자 기법을 활용해 자유롭게 투자하는 헤지펀드의 실효성이 발휘되지 못할 수 있다"면서 "어느 정도 수위로 규제할지가 헤지펀드 설립 허용의 관건"이라고 말했다.

◆업계 지각변동 불가피

헤지펀드 설립을 허용할 경우 업계는 지각변동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강신우 한국투자신탁운용 부사장은 "헤지펀드에 대한 잠재적 수요가 매우 높은 데다 관련 서비스를 제공하려는 전문가들도 많아 규제가 풀리면 우후죽순으로 펀드가 생겨날 것"이라고 말했다.

강 부사장은 그러나 "헤지펀드가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아니므로 시간이 지날수록 운용 능력이 검증되면서 업체 간 차별화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했다.

또 펀드 상품 구조에도 근본적인 변화가 올 전망이다.

이강희 우리CS자산운용 파생상품팀장은 "현재는 시장 방향을 그대로 추종하는 펀드와 시장과 상관없이 수익을 추구하는 펀드가 혼재돼 있다"며 "헤지펀드가 등장하면 시장 수익률을 그대로 복제한 인덱스 펀드와 시장 상황과 관계없이 항상 일정한 수익을 추구하는 펀드가 확연히 구분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업계 일각에서는 사모펀드 운용에 대한 규제가 매우 강한 상태에서 헤지펀드에만 특혜를 줘서는 안 되며 헤지펀드의 위험 투자로 자산 가격의 변동성이 커질 수 있어 제도를 만들 때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견해도 나오고 있다.

김남국 기자 n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