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 화장품 시장 전문화.세분화 추세
아이크림,마사지팩 등 종류.기능 다양
업계 시장 선점 위한 신제품경쟁 치열

남자도 화장을 하는 시대다.

외모 가꾸기에 신경 쓰는 남자들이 늘어나면서 남성을 겨냥한 화장품이 쏟아져 나오는가 하면 시장 규모도 해마다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1998년 1천800억원 수준이었던 남성화장품 시장은 1999년 2천200억원으로 22%가 늘어난 데 이어 2003년 3천200억원, 2004년 3천500억원, 2005년 4천500억원, 2006년 4천900억원. 그리고 올해엔 5천300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IMF 이후 눈부시게 성장하기 시작한 남성화장품 시장은 국내 전체 화장품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7∼8%선에 지나지 않지만 포화상태인 여성용에 비해 제품 개발의 여지가 많아 신장세가 더욱 두드러질 것이 예상된다.

남성화장품 시장의 급성장은 무엇보다 남성을 바라보는 사회와 여성의 시각이 달라지고 외모를 중시하는 남성들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여기에 메트로섹슈얼, 크로스섹슈얼, 위버섹슈얼과 같은 신조어들이 등장해 아름다움에 대한 남성들의 관심을 확대시키는 데 한 몫을 했다.

메트로섹슈얼이란 패션에 민감하고 외모에 관심이 많은 남성을 말한다.

외모 가꾸는 것을 자연스럽게 생각하는 이들은 피부와 헤어스타일에 돈과 시간을 아낌없이 투자하고 쇼핑을 즐긴다.

영국의 작가이자 문화비평가인 마크 심슨이 1994년 인디펜던트에 기고한 글에서 처음 사용한 메트로섹슈얼의 대표적인 인물은 세계적인 축구스타 데이비드 베컴.
또 크로스섹슈얼은 여성들의 의상이나 머리스타일, 액세서리 등을 하나의 패션 코드로 여겨 치장을 즐기는 남성들을, 위버섹슈얼은 남성미의 상징인 '마초'와 메트로섹슈얼의 장점을 모은 '거친 듯 부드러운 남자'를 의미한다.

디지털 환경에서 자란 20∼30대 남성들은 얼굴이나 머리 관리, 옷차림에 신경 쓰는 일을 전혀 부끄럽게 생각하지 않으며 여성스럽다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오히려 돋보이는 외모는 또 다른 자신감의 표현이며 나아가 자신이 얼마나 유능하며 중요하고 가치있는 존재라는 사실을 드러내는 행위하고 생각한다.

특히 영화 '왕의 남자'가 대박을 터트리면서 영화 속 여장 남자인 '공길' 역의 배우 이준기에 대한 관심이 꽃미남 열풍으로 이어져 예쁜 남자가 주목받는 시대가 됐다.

이런 사회 분위기의 여파로 남자들의 외모 가꾸기를 일컫는 '그루밍'(Grooming)이란 용어가 생겨 널리 쓰이고 있는가 하면 여성들이 원하는 남성상도 예전과는 많이 달라졌다.

'그루밍'은 여성이 쓰는 '뷰티'라는 말의 남성판인 셈.
취업 시즌이면 면접을 앞둔 취업 준비생들이 여드름 치료 등 얼굴가꾸기에 열을 올리는 것도 '외모가 경쟁력의 하나'로 인정받고 있음을 보여주는 현상이다.

실제 미국 센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이 2005년 '외모와 임금간의 상관관계를 분석'한 보고서에 따르면 외모가 떨어지는 사람은 평범한 얼굴을 가진 사람에 비해 임금이 9%나 적었고, 출중한 외모를 가진 이는 평범한 사람보다 5%나 많은 봉급을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잘 생긴 사람이 봉급과 승진기회 등 직장생활의 여러 측면에서 유리할 것이라는 가설이 통계적으로 입증된 셈이다.

남성들의 외모 가꾸기가 새로운 트랜드로 떠오르자 남성화장품 시장에서 우위를 선점하려는 업계간 경쟁도 치열해 빅 모델 선정, 신제품 개발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다투어 벌이고 있다.

화장품의 종류도 스킨. 로션을 기본으로 주름개선, 탄력강화 제품, 클렌징, 색조, 향수, 팩, 미용티슈, 손톱화장품에 이르기까지 여성용 못지않게 다양해지고 있다.

이것 저것 바르는 것을 귀찮아하는 남성들의 특성을 고려한 복합 기능제품도 꾸준히 나와 인기를 끌고 있다.

태평양 라네즈 브랜드 매니저 최영호 씨는 "남성화장품 시장이 규모의 확대와 함께 전문화, 세분화 추세를 보이고 있다"면서 최근에 이르러 20∼30대를 중심으로 자신이 쓸 화장품을 직접 사러 오는 남자들이 눈에 띄게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남자들의 화장품 직접 구매율은 30∼40%에 지나지 않고 나머지 60∼70%는 아내나 여자친구가 사다 주는 것을 쓰고 있다.

또 백화점에는 남성화장품 편집매장이, 온라인 쇼핑몰에는 전문숍이 오픈돼 호황을 누리고 있으며 피부관리실이나 네일숍을 찾는 남성도 매년 20%씩 늘어나 남성전용토털 뷰티숍이 등장하기에 이르렀다.

그리고 20∼30대 남성들이 대형 할인점이나 약국에서 화장품을 구매하는 주요 고객으로 부상하자 각 업체는 이들의 쇼핑 편의성을 높이는데 힘을 쏟고 있으며 세계적인 브랜드들도 국내 남성화장품 시장의 성장세에 주목하고 있다.

이렇듯 남성화장품 시장이 경기 불황에도 끄떡없는 성장세를 보이자 '남심(男心)'을 잡으려는 업계의 판촉전이 어느 때보다 치열하다.

업계와 미용관계자들은 남성들의 외모 가꾸기 열풍이 수그러들지 않는한 남성화장품 시장의 규모는 더욱 커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한편 남성화장품 시장의 성장세는 외국이라고 다르지 않아 경제전문지 포브스에 따르면 미국에서도 남성용 화장품이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지난해 미국내 남성화장품의 판매액은 480만 달러로 그 전해에 비해 7%, 2001년에 비해 42%나 늘어났으며 '크리니크'나 '클라란스' 등 글로벌화장품 회사들이 남성화장품 시장에 적극 뛰어들고 있다고 한다.

(서울연합뉴스) 박찬교 편집위원 pc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