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형펀드가 올 들어 수익률이 '1%대'로 저조해지면서 채권 펀드매니저들 사이에 '칼바람'이 예고되고 있다.

이미 자산운용업계 내에선 '수탁고 감소와 수익률 저조'라는 악재로 타금융업계로 이동하거나 변신을 꾀하는 펀드매니저들이 늘고 있고, 자산운용사들도 채권운용본부 재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14일 자산운용업계에 따르면 A투신운용은 최근 1명의 채권펀드매니저가 성과 저조 등으로 사직한 것으로 알려졌다.

H투신운용에서는 2명의 채권펀드매니저가 글로벌운용본부로 이동했으며, S자산운용은 선임급 채권펀드매니저 1명을 해외운용팀으로 발령내는 대신 신임 펀드매니저 1명을 채용했다.

또 다른 채권펀드매니저는 주가연계증권(ELS) 등의 파생상품 운용분야인 AI(대안투자)부문 운용역으로 변신했다.

이외 K자산운용은 2년 전 6~7명이던 채권펀드매니저가 최근에는 4~5명 수준으로 감소했으며, 채권운용본부내에 해외운용팀을 추가했다.

지금까지의 국공채 중심 운용에서 탈피해 여러 자산에 투자하는 다양한 상품을 내놓기 위해서다.

아울러 3년 전 최고 3억원 수준의 연봉자가 나오기도 했던 채권펀드매니저의 평균 보수도 크게 낮아진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자산운용업계 한 관계자는 "3년 전만 해도 3~5년차 채권펀드매니저가 8천만원 연봉과 4천만원의 인센티브를 받는 형태였으나 지금은 연봉조정은 물론 인센티브는 꿈도 못 꾼다"며 "다른 업무로 변경하는 것을 고려하는 펀드매니저들이 많아졌다"고 말했다.

이처럼 채권펀드매니저들이 수난을 겪는 것은 각종 악재로 채권 금리가 상승하면서 펀드운용수익률이 급락했기 때문.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설정액 100억원 이상인 50개 채권형펀드들의 연초 이후 지난 11일까지 수익률이 모두 1%대에 불과했다.

은행 예금금리, 머니마켓펀드(MMF), 종합자산관리계좌(CMA) 등의 상품들이 평균 4%대 수익률을 내주는 것에 비하면 형편없는 성적표다.

또 이 같은 매력 감퇴로 인한 환매로 채권형펀드 수탁고가 주식형펀드를 밑돌고 있다.

지난해 말 50조원대였던 채권형펀드 수탁고는 9일 기준 47조원대로 급감한 반면 같은 기간 주식형펀드 수탁고는 5조6천327억원 늘어난 52조원에 도달했다.

이 같은 저조한 수익률과 수탁고 감소라는 악재로 인해 업계 전체적으로 채권펀드매니저의 수요가 줄어들면서 채권펀드매니저들의 심리를 압박하고 있는 것.
한 관계자는 "최근 한 채권펀드매니저가 운용사를 떠나 3분의 1수준의 연봉을 받고 비금융기관으로 옮겼다"고 전했다.

더구나 최근 외국계 자산운용사들이 잇따라 국내 운용사들을 인수함에 따라 업계 내부적으로 한 차례 인력 이동이 불가피할 것으로 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한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앞서 인수.합병(M&A)을 경험한 운용사 사례에서 보듯이 최근 외국계에 매각된 운용사 중심으로 인력 이동 바람이 불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윤선희 기자 indig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