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적대적 인수합병을 무조건 금기시하거나 문제삼을 필요는 없다.

모든 제도나 현상이 그렇듯 여기에도 장점은 있다.

이중 역시 가장 큰 것은 기업경영을 잘못하여 주가를 떨어뜨리는 무능한 경영진에 대한 응징 수단이 된다는 점이다.

새로운 대주주가 기존 경영진을 물갈이하고 새로운 경영진을 임명하여 참신한 전략과 경영을 시도할 경우 기업가치는 더욱 증대될 수 있다.

또한 이를 옆에서 지켜보는 다른 기업들에게는 일종의 '메기효과'가 기대된다.

미꾸라지가 가득한 수조에 메기를 한 마리 넣어놓으면 미꾸라지들이 메기에게 잡혀 먹힐까봐 계속 움직이면서 긴장을 늦추지 않는다.

몇몇 기업이 적대적 인수합병 대상이 되면 다른 기업의 경영진들도 자극을 받으면서 자체적 구조조정을 서두르는 등 긍정적인 효과도 나타난다.

실제로 1980년대 말 미국에서 적대적 인수합병이 성행했을 때 이런 부분이 지적된 적이 있었다.

그러나 세상 모든 일이 그렇듯 적대적 인수합병에도 문제점이 있다.

가장 큰 것은 경영진들이 변덕스런 주가의 향방에 온 신경을 곤두세운 채 주가의 움직임에 일희일비하는 바람에 큰 그림을 놓칠 수 있다는 데 기인한다.

특히 당장 현금흐름을 악화시킬 수도 있는 장기적 투자전략 등에 대해 주가는 부정적인 반응을 보일 때가 있다.

주식시장의 호흡이 길지만은 않기 때문이다.

이 경우 단기적 주가하락은 적대적 인수합병의 빌미를 제공하므로 보약같은 장기 투자전략이 기피대상이 될 수 있다.

결국 적대적 인수합병에 대한 화끈한(?) 방어책이 제시되었다.

바로 독약처방(poison pill)이라 불리는 제도인데 적대적 인수합병이 시도될 경우 회사가 주식을 저가에 대량으로 발행하여 기존 주주에게 교부할 수 있게 만든 제도다.

적대적 인수합병이 시도될 경우 주식이 매우 싼 가격에 대량으로 발행되므로 주식을 인수하여 경영권을 장악하려는 시도는 수포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

실제로 독약 처방이 도입되면서 적대적 인수합병은 거의 사라졌다.

또한 미국의 경우 외국인에 의한 인수합병을 저지하는 도구도 있다.

바로 엑손-플로리오법인데 이 법에 의해 설립된 외국인 투자심사위원회는 국가안보에 저해가 된다고 판단하면 외국인에 의한 국내기업 인수합병을 저지할 수 있다.

미국과 유럽 대부분의 국가들을 포함한 전 세계 대부분 선진국들이 적대적 인수합병에 대한 방어수단과 외국인에 의한 국내기간산업 관련 회사의 인수 합병을 저지하는 수단을 허용하고 있다는 점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국내에서는 외환위기 이후 기업의 방어책을 거의 다 없애버린 바 있다.

이제 창에 대해 방패도 마련할 수 있도록 각종 제도를 정비해야 하며 특히 독약처방같이 대부분의 국가가 도입한 제도를 국내에 들여오는 것이 매우 시급하다.

서울시립대 교수 chyun@uos.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