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랩'에 맡겨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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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 직장인 김해준씨는 요즘 고민이 많다.
3년간 적립식으로 꼬박꼬박 투자해왔던 주식형 펀드를 얼마 전에 환매해 목돈을 마련했지만 마땅히 굴릴 만한 곳이 없어서다.
주가가 고공 행진을 벌이고 있지만 다시 펀드에 들자니 상품이 너무 많아 어떤 것을 골라야 할지 고민이다.
그렇다고 직접 주식에 투자하자니 높은 가격이 부담이다.
김씨 같은 투자자라면 증권사가 투자자금을 알아서 운용해주는 랩어카운트(종합자산관리 상품)에 관심을 가질 만하다.
랩(Wrap)은 투자일임사가 고객과 1 대 1로 계약을 맺고 고객의 성향에 맞게 포트폴리오를 짜서 자산을 운용해주는 상품이다.
자산을 효율적으로 운용하고 싶은데 방법을 모르는 투자자에게 여러 가지로 유용하다.
◆다양한 상품으로 고객 유혹
2003년 말 처음 선보인 랩은 자산 운용에 대한 일반인의 관심이 커지면서 매년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다.
증권업협회에 따르면 랩 자산 총액은 2004년 말 3조8000억원에서 2005년 말 5조8000억원으로 늘었고 작년 말에는 7조3000억원으로 커졌다.
상품 유형도 점점 다양해지고 있다.
초기에는 주식이나 채권으로 포트폴리오를 짜는 형식이 주류를 이뤘지만 현재는 CMA(종합자산관리계좌)나 MMW(머니마켓랩) 등에도 투자하는 방식으로 진화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랩에 재투자하는 '랩 오브 랩'도 조만간 등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증권사들도 고객의 관심을 끌기 위해 다양한 상품을 내놓고 있다.
거치식 일변도에서 최근에는 적립식 랩도 등장했다.
17가지 랩 상품을 보유한 대우증권은 4월 기준으로 잔액이 2조원을 돌파했다.
내년 3월까지 3조원 달성을 노리고 있다.
굿모닝신한증권은 '정의석 랩'으로 불리는 '명품 랩'을 내놓아 시장에서 큰 호응을 얻고 있다.
판매 9개월 만에 1000억원을 넘었다.
이익 성장이 지속적으로 예상되고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배당이 기대되는 이른바 '명품' 주식에 집중 투자하는 상품이다.
대한투자증권은 일명 '김영익 랩'으로 불리는 '대한파워 리서치랩'을 지난 2일 내놓았다.
리서치팀의 분석에 따라 장기 우량주를 중심으로 종목을 선정한다.
현대증권의 '유퍼스트월드와이드랩'은 투자 금액의 일부를 해외 펀드에 투자하는 상품이다.
현대증권은 투자자가 돈을 넣어두면 청약 일정을 일일이 챙길 필요 없이 증권사가 알아서 공모주에 투자해주는 공모주 랩도 운용하고 있다.
삼성증권은 '아너스랩'으로 자산관리에 관심이 많은 고객을 끌어모으고 있다.
최소 가입 금액 및 운용 스타일별로 맞춤형과 표준형,PB(프라이빗 뱅킹)형 세 가지가 있다.
◆가입시 주의점
금융 당국의 규제 완화로 오는 8월 랩어카운트를 비롯한 투자일임형 상품의 집합 주문이 가능해질 것으로 보이면서 랩 운용의 효율성도 더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현재는 증권사가 계좌별로 따로 주문을 내야 하지만 집합 주문이 이뤄지면 공동 계좌를 통해 펀드처럼 일괄 주문을 할 수 있게 된다.
증권업협회 자율규제부 이창화 과장은 "증권사가 전략에 따라 계산된 가격에 금융상품을 주문할 수 있게 돼 운용이 한결 편리해지고 고객에게 더 많은 수익이 돌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랩 상품은 펀드와 달리 HTS(홈트레이딩 시스템)에서 실시간으로 투자내역을 알 수 있어 투명성이 높다는 것이 장점이다.
운용 수수료는 2% 정도로 주식형 펀드와 비슷한 수준이고 해지 수수료도 없다.
다만 일부 상품의 경우 소수 종목에 집중 투자하기 때문에 장세에 상관없이 손해를 볼 위험이 있어 투자 대상 종목을 살펴보고 상품을 정하는 것이 좋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또 계좌마다 따로 관리하므로 돈을 넣는 시기에 따라 수익률이 달라질 가능성이 있다.
거치식의 경우 상품에 따라 최저 가입액이 달라 미리 알아봐야 한다.
문정현 기자 m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