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모스크바 붉은 광장에서 지난 9일 열린 2차대전 종전 기념식에서 전투복 차림의 한 노인이 경례하며 눈물을 훔치고 있다.

60여 년 전 전장에서 사라져 간 전우를 그리며 또한 잊혀져 가는 자신의 청춘을 아쉬워하며 광장을 울리는 군악대의 연주에 울컥하는 마음을 참지 못한다.

'노병은 죽지 않는다, 다만 사라져 갈 뿐이다.' 젊은 시절 들었던 맥아더의 연설이 주름처럼 많은 세월이 흐른 뒤에야 다시 선명하게 떠오른다.

가슴에 주렁주렁 훈장을 매달고 행사장을 나서 집으로 향하는 노병은 그저 신기한 구경을 하듯 시선을 한 번 주고 무표정한 얼굴로 비켜가는 사람들을 본다.

총성이 아직 귓가에 맴도는 듯한데 세상은 너무나 평화로워 오히려 서글픔을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