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2007.05.09 17:20
수정2007.05.09 17:21
KOTRA 후쿠오카 무역관 조은범 과장
[앵커] 경제가 장기불황에서 벗어나 기재기를 펴고 있는 이웃나라 일본인데요, 이 일본이 실은 우리나라 보다 지역색이 훨씬 더 강하며, 이러한 경향은 더욱 강화되고 있는 추세라고 합니다. 이러한 면에서 우리나라 기업이 일본에서 기업활동시 유의할 점 등에 대해 KOTRA 후쿠오카 무역관을 연결해 들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앵커] 일본이 우리나라보다 지역색이 강하다고 들었습니다. 그 배경에는 어떠한 것이 있습니까?
[무역관] 네, 일본에서는 지금으로부터 1300여년 전에 해당하는 나라시대에 대륙으로부터 율령제를 도입하였고, 이에 따라 전국의 지방행정단위가 국가, 나라라는 의미의 60여개의 국으로 분할, 통치 되어 왔습니다. 이 국의 행정단위로서의 의미는 그 후로 퇴색되었으나 지리적, 문화적 경계로서는 아직도 유효합니다. 이 각 국 주민간의 문화적, 역사적, 심리적 차이는 1300년이 넘는 오랜 역사를 거쳐 형성된 것이므로 각 주민의 유전자에 계속 흐르고 있다습니다.
그리고 또 한가지 일본의 지역색의 형성에 크게 영향을 미친 요인으로는 지리적 특성이나 기후와 같은 자연환경적 요인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앵커] 그렇다면 그렇게 강한 일본의 지역색에는 어떠한 것 들을 들 수 있습니까?
[무역관] 네, 제가 있는 후쿠오카현을 예로 들자면 후쿠오카는 예로부터 외국과의 무역을 통해 발달해왔고 대륙의 선진문물을 들여오는 일본의 창구 역할을 해왔습니다. 그 결과 이 곳 사람들은 새롭고 진기한 것을 좋아할 뿐만 아니라 먹고 마시고 노는 것을 즐기는 등 끼가 있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래서 후쿠오카는 가수, 영화배우, TV 탤런트 등 유명 연예인을 다수 배출한 곳으로 유명합니다. 이러한 지역색이 각 지역별로 존재합니다.
[앵커] 아무리 그렇다 하더라도 국제화가 진행되어 국경 마저 큰 의미가 없는 요즘 시대에는 지역색이 무의미한 것이 아닌가요?
[무역관] 아니요, 그렇지가 않습니다. 예를 들어 각 지방별로 처한 사회적, 경제적, 자연환경적 조건은 각각 다르고, 그에 따라 현안 사항도 다릅니다. 현재 일본에서는 각 지방이 이러한 지역별 현실을 반영한 독자적 정책을 추진할 수 있도록 현행의 행정구역인 도도부현 제도를 폐지하고 미국이나 독일의 주와 같은 광역자치단치제도를 도입하자는 도주제가 진지하게 논의되고 있습니다. 도주제란 간단하게 말씀드리면 일본을 7개-13개 가량의 광역지자체, 즉 도나 주로 나누어 국가 사무의 상당부분을 도주에 위임, 지방분권, 지방자치를 강화하자는 것입니다. 이러한 도주제에 대해서는 일본의 경제계에서도 오래전부터 크게 환영하여왔고, 만약 도주제가 실현되면 일본은 옛날의 국이나 현재의 현을 다수 포괄하는 크나큰 몇 개의 블록경제권으로 나뉘게 될 전망입니다. 그리고 그 결과 블록경제권 마다 비즈니스면에 있어서도 지역색이 더욱 강화될 것으로 생각됩니다.
[앵커]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기업은 일본의 이렇게 강한 지역색에 대하여 어떻게 대처하고 이를 적극 활용할 수 있을까요?
[무역관] 네, 우선은 일본을 전국 단일상권으로 보는 시각에서 탈피해야 합니다. 많은 기업 들이 일본 시장 진출을 노리며 제일 먼저 문을 두드리는 곳은 도쿄입니다. 물론 도쿄 일극집중화 현상하에서 도쿄를 중심으로 한 수도권이 대부분의 품목에 있어 가장 큰 상권 및 시장을 형성하고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도쿄에서는 그 만큼 전세계를 상대로 한 경쟁도 그 만큼 더 치열할 뿐만 아니라 소비자의 의식도 가장 까다로움을 알아야 합니다.
그 보다는 아이템 별로 가장 효과적인 론칭 마켓을 찾는 것이 좋습니다. 예를 들어 큐슈 남부에 소재한 미야자키현의 경우 연간일조시간이 2,000시간을 넘을 만큼 매우 풍부한 일조량을 자량하는 데, 그 덕택에 태양열온수기의 보급률이 1999년에는 44.1%로 전국 보급률이 11.5%의 4배 가까이 까지 달한 바 있습니다. 따라서 만약 일본에 태양열 온수기를 수출하고자 한다면 도쿄가 아니라 미야자키를 방문할 것을 권합니다. 마찬가지로 스노체인 등 적설대비 상품 등을 일본에 수출하고 싶다면 겨울에 거의 눈이 내리거나 쌓이지 않는 도쿄가 아니라 연간적설량이 많기로 유명한 후쿠리쿠 지방의 니가타현 등을 방문할 것을 권합니다. 단순하게 생각하면 위도상 북쪽에 위치한 홋카이도가 눈이 더 많을 것 같지만 실제로는 유라시아 대륙의 시베리아 부근 고기압으로 인해 차갑고 강한 북서풍이 부는 동해 인접 지역의 산간지방에 눈이 더욱 많이 내립니다.
한 편 기후와 같은 외부 환경 조건 외에도 역사적으로 형성된 주민의 특성을 이해하면 시장이 보이는 경우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개발이 뒤져 있는 듯한 인상의 도호쿠 지역에서 인구와 현민소득이 가장 많고 도호쿠의 문화를 리드한다는 자부심을 갖고 있는 곳이 미야기현의 현청소재지 센다이시입니다. 이 곳은 그 결과 세대당 피아노 구입대수 및 구입 금액이 전국 1위입니다. 뿐만 아니라 멋쟁이 사내가 많다고 하는데 세대당 남자용 코트와 와이셔츠의 구입량도 전국 1위입니다.
이와 같이 우선은 일본의 지역별 시장 특성을 면밀히 분석, 이해한 후 진출하고자 하는 상권을 타겟팅한 후, 지역별로는 상담 전략도 달리 해야합니다.
예컨대 깔끔한 상담을 간략, 신속하게 원하는 도쿄의 바이어와는 달리, 끈적끈적한 인간관계가 선호되는 후쿠오카에서는 바이어를 한국으로 초대하여 공장 등 생산현장을 견학시키고 집에서 식사 대접을 한다면 서로 신뢰감을 쌓아 상담의 성공 가능성을 높일 수 있습니다. 또한 진기한 것을 좋아하는 후쿠오카현인의 특성상 상담시에는 일본에서 찾아보기 힘든 한국의 특산품 등을 간단히 준비하는 것이 좋습니다. 그 외에도 상담시 상대방의 역사나 문화 등에 대한 이해를 표시하는 것 역시 매우 효과적입니다.
이상으로 후쿠오카에서 말씀드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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