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 당선자가 조심스런 개혁 행보를 내딛고 있다.

비대한 공공분야 개혁을 위해 장관 수를 50% 감축하면서도 이들을 지휘할 새 총리에는 좌파의 거부감이 적은 프랑수아 피용 전 교육장관(53)을 임명할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6월 총선 승리를 위해 속도를 제어하는 인상을 주는 그가 '100일 내 개혁 청사진 제시'라는 약속을 어떻게 지켜낼지 주목된다.

서서히 시작될 '개혁 바람'

관측통들은 사르코지가 집권 100일 안에 '공공부문 최소근무 의무화' 공약을 실현할 수 있느냐가 개혁 성공의 시험대가 될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공공부문 최소 근무제는 철도 같은 공공서비스 노조가 만약 파업을 하더라도 최소한의 근무인력으로 철도를 운행하도록 하는 것을 말한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또 다음 달까지 제출해야 하는 재정운용계획에서 주 35시간 초과노동에 대한 세금면제 등 경제개혁 내용을 어떻게 담아내느냐가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사르코지가 좌파에서도 기피인물로 꼽지 않은 피용 전 교육장관을 총리로 점찍고 결선 투표에서 자신을 지지해준 중도파 프랑스민주동맹(UDF) 의원들은 물론 좌파까지 포함하는 장관 인선에 나설 것으로 예상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노조와 이민사회의 반발을 최소화시키기 위해서다. 강성노조로 평가받는 FO의 장-클로드맬리 위원장이 "일방적으로 노동조건을 바꾸려 할 경우 저항에 직면할 것"이라는 성명을 발표하는 등 대표적 노조단체들은 벌써부터 사회 및 노동개혁 강행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사르코지는 자신이 공약으로 내건 정부 슬림화를 위해 30명에 달하는 장관수를 15명으로 줄이고 적어도 절반은 여성장관으로 임명할 것으로 예상된다.

6월 총선 승리가 선결조건

사르코지 개혁이 성공을 거두기 위해선 6월 10일과 17일 두 차례에 걸쳐 치러질 총선에서 반드시 승리해야 한다.

외신이 '파괴(rupture)'로 부르는 개혁 조치를 실행하려면 의회에서 압도적 우위를 점해야 하기 때문이다. 외신들은 사르코지가 대선에서 여유있게 승리한 만큼 총선전도 절대적으로 유리한 상황에서 시작되고 있다고 전했다.

또 과거 프랑스에선 새로 뽑은 대통령에게 의회를 장악하도록 하게 해 주는 경향이 있었다. 1981년 1988년,2002년 선거 때 모두 그랬다.

최근 여론조사에서도 사르코지가 이끄는 대중운동연합(UMP)이 사회당을 6%포인트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 사르코지'를 외치는 폭력시위가 걸림돌이 될 수 있다. 사르코지의 당선 확정 후 프랑스 전역에서 벌어진 반대 폭력시위로 지금까지 730대의 차량이 불타고 592명이 경찰에 연행됐으며 경찰관 부상자가 78명에 달했다. FT는 그러나 의외로 노동자들의 반발이 무뎌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사르코지가 자유시장 경쟁을 도입하는 한편 드골 정부 스타일의 자국산업 보호에 상당한 노력을 기울일 계획이기 때문. BBC는 1965년 드골 이후 우파 후보에게 표를 던지지 않았던 북부 공업지역에서도 사르코지가 승리한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사르코지 당선자는 결선투표 다음 날인 지난 7일 사전 예고 없이 지중해 몰타섬으로 떠나 휴식을 취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외신들에 따르면 사르코지는 이날 부인 세실리아,10살배기 아들과 함께 개인 비행기를 이용해 몰타를 찾았으며 수도 발레타 인근 해안에서 요트를 타고 있는 모습이 목격됐다.

사르코지 측근은 "당선자는 지난 5개월 동안 하루도 쉬지 못했다"며 "앞으로의 정국 구상을 위해 3일 정도 휴식이 필요한 것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장규호 기자 daniel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