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들이 별도의 금융 칩을 내장하지 않은 휴대폰으로도 모바일뱅킹을 할 수 있는 VM(Virtual Machine) 뱅킹 서비스를 잇따라 개발하고 있다.

VM은 휴대폰을 가상기기로 만들어 주는 기능을 가진 소프트웨어로 PC의 윈도와 같은 구동 프로그램이다.

이 프로그램을 깔면 모바일 뱅킹 전용 휴대폰이 아닌 일반 휴대폰으로도 예금 조회나 계좌이체 같은 간단한 금융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전용 프로그램 다운받아야

VM뱅킹은 일부 구형 휴대폰을 제외한 대부분의 휴대폰으로 은행거래를 할 수 있는 서비스다.

이 서비스를 이용하려면 우선 영업점 창구나 인터넷뱅킹을 통해 이 서비스에 가입한 후 휴대폰 문자메시지(SMS)로 받은 주소로 접속해 전용 프로그램을 다운로드받기만 하면 된다.

후불식 교통카드와 증권카드 기능이 없는 게 흠이지만 일반적으로 많이 쓰이는 잔액조회와 계좌이체,이자 납입,환전 등의 기능은 대부분 제공된다.

하나은행은 VM을 통해 휴대폰 번호만 입력하고 사이버 쇼핑몰에서 물건을 구입할 수 있는 '모바일안심결제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하나은행 인터넷뱅킹(www.hanabank.com)에 로그인하고 '하나 U-뱅킹'의 약관에 동의한 뒤 본인의 휴대폰 번호를 등록해 결제 전용 프로그램을 다운받아 설치하면 이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SKT,KTF,LGT 3개 이동통신사 회원 모두 이용할 수 있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앞으로 온라인 쇼핑몰과 TV홈쇼핑에서도 이용할 수 있게 하고 학원비나 지로공과금도 결제하게 하는 등 다양한 분야로 서비스를 확대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은행 VM 잇따라 개발

앞서 지난달 초 VM 모바일 뱅킹 서비스를 시작한 우리은행은 한 달 만에 8만명이 넘는 회원을 모집했다.

이 서비스의 이용 수수료는 월 900원이며 전용 프로그램 다운로드 비용 2800원은 면제된다.

우리은행은 연말까지 VM 뱅킹 가입 고객 수를 100만명으로 늘린다는 목표를 잡고 있다.

우리은행의 VM 뱅킹이 출시 직후 큰 인기를 끌면서 경쟁 은행들도 잇따라 VM 모바일뱅킹 개발에 나서고 있다.

신한은행은 이르면 이달 중 금융감독원에 보안성 심의를 의뢰할 예정이다.

기업은행은 7~8월쯤 VM 뱅킹을 출시하기 위해 프로그램 개발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칩 없는 휴대폰이 더 많기 때문에 틈새시장으로서 적합한 상품이어서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며 "개발 기간이 어느 정도 필요하지만 보안성 심의 통과는 어렵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 농협과 한국씨티은행,부산은행,대구은행 등도 VM 모바일뱅킹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2004년에도 일부 은행이 VM 뱅킹을 선보였지만 당시에는 기술 부족으로 보안성과 편의성이 충분히 제공되지 않았다"며 "지금은 기술 발전으로 칩뱅킹 시장을 능가할 수 있는 상황이어서 은행들이 VM 모바일뱅킹 도입에 적극적"이라고 말했다.

정인설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