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보복폭행 의혹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이 지난 3월8일 사건 당시 김 회장 일행의 행적을 일부 확인한 것으로 4일 알려졌다. 이에 따라 김 회장에 대한 사전 구속영장 신청은 초읽기에 들어갔다.

이택순 경찰청장은 이날 국회 행정자치위원회에 출석,"피해자들의 일관된 진술과 그간 확보된 증거로 볼 때 김 회장이 폭행에 가담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검찰과 협의해 영장을 신청할 예정이며 (영장신청 시기는) 오래가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는 또 한화건설 고문인 최기문 전 경찰청장에 대해서도 예외없이 조사를 진행 중이라며 최 전 청장이 경찰 후배인 장희곤 남대문경찰서장 등과 이 사건과 관련해 통화하거나 만났을 가능성에 대해서도 조사해 의혹을 밝히겠다고 덧붙였다.

경찰은 이와 함께 김 회장 비서와 경호원 등 40여명의 휴대폰 사용내역을 추적한 결과,폭행현장에 있었던 한화 협력업체인 D토건 김모 사장에게 전화를 건 휴대폰(010-3825-3XXX) 사용자가 그룹 비서실장이라는 사실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휴대폰은 3월8일 오후 7시30분께 김모 사장 휴대폰으로 연락한 번호로 경찰은 김 사장이 전화를 받은 뒤 청담동 G주점,청계산,북창동 S클럽 일대를 차례로 이동한 정황을 확인한 상태다. 수사팀은 김 사장이 9일 새벽 1시께 이 번호로 다시 전화한 사실도 확인됨에 따라 그가 비서실장에게서 인력동원 요청을 받은 뒤 사람을 모아 폭행현장에 갔다가 상황이 끝난 뒤 내용을 알려준 것으로 보고 김 사장의 행방을 쫓고 있다.

경찰은 그러나 북창동 S클럽 내부에서 촬영된 CCTV와 청계산 이동경로에 찍힌 CCTV는 10~15일마다 이전에 녹화된 내용 위에 새로운 영상이 덮여 씌어지기 때문에 복구가 불가능할 것 같다고 전했다. 또 국립과학수사연구소 감정 결과,김 회장의 옷과 신발,벤츠승용차 시트 등에서 채취한 흙은 청계산의 흙과 다른 성분인 것으로 확인됐다.

박민제 기자 pmj5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