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학원에서 미국 간호사시험(NCLEX-RX) 기출문제를 강의하는 '족보 강의'가 물의를 빚고 있다.

시험 주관기관인 미 간호사국가시험원(NCSBN)이 한국의 학원이 족보 강의를 즉각 중단하지 않으면 앞으로 한국에서의 시험을 중단하겠다는 내용의 경고를 보내왔기 때문이다.

2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서울 종로구에 있는 간호사시험 전문 K학원은 2005년부터 인터넷과 본원 강의실을 통해 미국 취업을 원하는 국내 간호사들을 대상으로 미 간호사시험 기출문제를 바탕으로 한 '족보 강의'를 해 오고 있다.

이 학원은 2005년 1월부터 서울에서 미 간호사시험이 시작되자 응시생들로부터 시험문제를 입수,분석한 후 출제유형에 맞게 강의내용을 만들어 영업해 온 것.이 시험에는 2005년의 경우 응시자 1724명 중 1234명이 합격,71.5%의 합격률을 보이고 있으며 올해엔 2145명이 응시했다.

시험 주최기관인 NCSBN은 2006년 3월부터 기출문제가 유출되는 상황에 우려를 표시하고 족보 강의를 중단토록 요구해 왔으나 번번이 묵살돼 온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자 지난 3월 복지부에 족보 강의가 중단되지 않으면 한국 시험 자체를 철회하겠다는 방침을 통보해 온 것.복지부 측은 뾰족한 수가 없어 난감해 하고 있다.

담당 공무원은 "국익 차원에서 '족보 강의'를 중단해 줄 것을 학원 측에 요구했으나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복지부는 향후 간호사협회와 함께 수강 자제를 독려하는 한편 경찰청(지식재산권 침해 단속)과 교육부(학원평가)의 도움을 받아 족보 강의가 중단되도록 노력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한편 해당 시험 합격자는 많지만 언어와 비자발급 문제로 지금까지 미 병원에 취업한 국내 간호사는 50여명에 불과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수진 기자 notwoman@hankyung.com